한국경제인협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여한구·김종훈·박태호·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미국 신 정부 통상정책 기조와 정책 전망, 한국의 통상정책 대응 등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었다.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여한구 전 통상본부장은 '미국에서 바라본 미 대선 이후 한미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2021∼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을 지낸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상무관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 철강 232조 등에 직접 대응한 경험이 있다.
여 전 본부장은 현재 미국에서 체류하며 느낀 대선 결과에 대한 현지 반응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예상과 달리 '레드 웨이브'(공화당 돌풍)를 몰고 오며 낙승함에 따라 제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아젠다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당시에 비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등이 늘어나는 등 위상이 8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9∼2021년 통상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양자 관계를 판단하는 척도는 무역적자"라고 했다.
미국의 대 세계 무역적자국 8위인 한국이 트럼프의 1순위 고려 대상은 아니더라도 중국, 멕시코 등에 이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 통상정책의 키맨이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협상 경험을 공유하면서 당시 미국 정부는 동맹 여부와 무관하게 무역수지 적자를 협상의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는 세계무역기구(WTO), 한미 FTA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고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어떤 조치도 도입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며 "협상 요구 시에는 한두 달 내 진전이 없으면 조치 부과도 불사하는 빠른 속도감을 특징으로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수단인 동시에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라며 "미국의 일방 조치에도 한국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 등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2006년 한미FTA 협상의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김종훈 전 의원은 "미국은 한국 등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한 상태이므로 보편관세 등을 도입해 기존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기는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보편관세가 한국에도 실제로 적용된다면 한미FTA 협정의 상호 관세 철폐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RA와 관련한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기 때문에 보조금 삭감 등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법 역시 큰 변화는 없겠지만 보조금 지원 축소의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