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부양책 실망감과 경제지표 악화로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17.77포인트(0.51%) 상승한 3470.07, 선전성분지수는 226.86포인트(2.03%) 오른 1만1388.57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 지수 CSI300과 기술주 중심의 창업판은 각각 27.08포인트(0.66%), 70.86포인트(3.05%) 뛴 4131.13, 2392.44로 마감했다.
지난주 금요일(8일) 장 마감 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 폐막과 함께 발표된 중국의 부양책은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부채 해결을 위해 향후 5년간 10조 위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대했던 대규모 추가 재정정책은 발표되지 않았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발표한 조치는 경제를 직접 자극하기보다는 (단순히) 경제지표 회복을 위한 노력처럼 보인다”며 “강력한 회복에 대한 희망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가 미 대선 결과 발표 후 폐막되는 만큼 중국산 제품에 최소 60%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부양책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오히려 실탄을 아끼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정책 윤곽이 드러나고, 그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이뤄진 후에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달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나 내년 3월 전인대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본다.
토요일(9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오르는 데 그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중국 CPI는 지난 2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0%대 상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9% 떨어지며 2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반도체 업종이 6% 넘게 급등하며 상승을 주도했다. 중신궈지(SMIC)와 화훙반도체가 각각 4.67%, 14.99% 뛰었고 상하이허징(上海合晶), 징허지청(晶合集成), 궈신커지(國芯科技), 찬신구펀(燦芯股份) 등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TSMC가 중국 고객사들에 11일부터 7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화신증권은 “장기적으로 (반도체) 자립이 필연적”이라면서 “미·중 기술 전쟁이라는 배경에서 중국 공급업체들의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날 홍콩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1.64% 밀린 2만387.60에 문을 닫았다. 부동산주와 기술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부동산주 룽후그룹은 5% 넘게 내렸고, 징둥, 바이두는 각각 3.09%, 1.80% 밀렸다. 반면 반도체주는 상승했다. 화훙반도체와 SMIC는 각각 7.21%, 3.1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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