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트럼프의 귀환 …시시각각 상황 분석하고 더 민첩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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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4-11-1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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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트럼프의 귀환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어떤 후폭풍이 밀어닥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모두가 기대와는 달리 상황은 늘 급변한다.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선택하였고,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로 그를 돌아오게 했다. 그만큼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고통이 만만치 않음을 반영한 결과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자국 경제가 우선이고, 도덕적 결함에 따른 민주주의의 후퇴가 누가 더 경제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이슈에 묻혀버렸다. 과연 미국인의 바람대로 트럼프 2기가 미국 경제를 지금보다 훨씬 나은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경한 보호무역 조치가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지게 하고, 결국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벌써 트럼프 당선으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이상 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온다. 트럼프 유탄을 피하려고 벌써 세계 각국과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역시 가장 분주한 쪽은 중국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폐막한 중국 전인대 상무위에서는 당초에 기대됐던 10조 위안의 재정 부양책을 보류,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로 실탄을 장전했다. 관세 폭탄 포화가 중국산에 집중될 것에 대비하여 다양한 강구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트럼프 1기 시절을 되돌아보며 전방위적 공세를 받았음에도 오히려 중국의 대미 수출이 더 늘어났던 점을 상기한다. 정면으로 맞서되 물밑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며 출구 전략을 찾아 나설 것이다. 트럼프 측의 중국 다루기가 얼마나 정교해질지가 관건이다.
 
유럽은 다시 뭉칠 기미다. 한동안 흐트러졌던 결속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노선의 특징이 동맹과 적을 구분하지 않는 무차별적 공세라는 점에서 살아남는 길을 스스로 모색 중이다.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트럼프의 종전 협상 촉구를 의식하여 트럼프 정권 출범 이전까지 전선을 확대하여 자국에 유리한 국경을 확보할 태세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도 휴전에 대비해 막바지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자연스럽게 종전 이후 부상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주도권 싸움도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지분 챙기기 각축전이 예상되긴 하지만 한국 등 아시아 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있다.
 
일본과 대만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1기 최대 수혜국은 일본이었던 것으로 익히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아베 총리와의 케미가 잘 맞아 일본의 행보가 그만큼 유연할 수 있었다. 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아베와 같이 순발력이 있을 것 같지 않고 국내 정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와 잘 맞을 수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의 위협에 정면에 노출된 대만의 발 빠른 대처가 돋보인다. TSMC가 중국에 AI 반도체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에 도장을 찍고 있다. 인도나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 유보적이다. 트럼프의 경제·안보 관련 아시아 정책 흐름에 따라 줄타기를 하면서 국익을 챙길 태세이다.
 

첫 단추 잘 끼우면 승자의 편에 설 가능성 충분
 
중동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조짐이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트럼프의 당선을 환영하고 나섰다. 현재의 중동 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종전으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강경 시아파를 한쪽으로 내몰면서 온건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와 UAE를 이스라엘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균형추를 흔들어놓을 것이다. 이 틈새를 타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 등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국가들의 반(反)트럼프 분위기는 더 확산할 수 있다. 멕시코를 비롯해 미국 시장을 겨냥한 우회 생산기지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바이든 정권이 중시한 인도·태평양 전략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어떻게 접목되어 흘러갈 것인가는 아직 확실치가 않다.
 
트럼프 2기 참모가 순수 충성파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특유의 딜(거래)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한반도와 관련한 이슈도 빠르게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무소불위의 트럼프의 성향을 반영하듯 조각에는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정책에는 졸지에 트럼프의 남자로 변신한 일론 머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대내적으로는 반(反) 관료·규제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강경한 디커플링이 완화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 중국 공장을 염두엔 둔 포석이다. 트럼프나 머스크 둘 다 자존심이 강하고 변죽이 심해 얼마 가지 않아 서로 등을 돌릴 것이라는 추측으로 불안한 동거의 끝이 예고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다. 극단적 보호무역주의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들린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를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해 보면 경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팽팽하다. 부정적인 것들이 지나치게 부풀려 지레 겁을 먹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1차 화살은 중국산이고, 한국산은 다른 국가 상품과 같은 꾸러미에 묶여 있다. 조건이 같다. 미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다. 또한 미국 내에는 한국 투자기업이 다수 있어 이들을 레버리지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경쟁자보다 유리하다. 트럼프 2기 출범 초기에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삐꺽하지 않으면서 수시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민관 원팀 대응력을 충분히 키워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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