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서도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이 새 정비계획을 내놨다. 서울시의 스카이라인 조정 요구를 받아들여 최고 층수를 70층으로 낮추고 총 5175가구 단지로 탈바꿈한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전날 '압구정 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변경안'의 주민 공람에 들어갔다. 변경안 공개·의견수렴 기간은 다음 달 13일까지 한 달간이다.
압구정3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369-1 일대 현대 1~7차 아파트와 현대 10·13·14차 아파트, 대림빌라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한강과 접하는 면이 넓어 대부분 가구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압구정역 바로 앞에 있어서 압구정 재건축 대장 구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고 층수를 놓고 조합 측과 서울시가 기싸움을 벌이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지 못했다. 조합은 최고 77층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서울시가 층수 조정을 통보해서다.
새 정비계획을 보면 현재 3934가구 규모인 압구정3구역은 5175가구로 탈바꿈한다. 이 가운데 650가구는 임대 물량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과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 450 일대 2만8970㎡엔 최고 56층(235m), 나머지는 24만263㎡ 대상지에는 최고 70층(291m) 아파트를 짓는다.
압구정3구역이 결국 최고 층수를 낮춰면서 다른 구역과 키 맞추기가 이뤄졌다. 앞서 정비계획을 내놓은 압구정2구역과 5구역은 최고 층수를 70층, 4구역은 69층으로 제안했다.
압구정3구역이 최고 층수를 조정한 것은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사업지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처리기한제 적용 단지는 정해진 기한 안에 다음 사업단계로 추진하지 못하면 신통기획에서 최소, 일반 재건축 사업단지로 전환된다. 재건축을 하려면 또다시 정비사업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1일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3구역을 포함한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 2~5구역을 처리기한제 대상으로 콕 집었다.
처리기한제라는 서울시 초강수가 이번에도 통하면서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단지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노인 주간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 공공기여 요구하는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던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아파트가 데이케어센터 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진다. 여의도시범은 서울시가 처리기한제를 적용한 첫 단지다.
다만 서울시 초강수가 계속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일부 재건축 단지가 서울시가 요구하는 기부채납 등을 수용하는 건 (수용 후에도) 사업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익이 안 날 것으로 보이는 단지는 설령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도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비계획엔 조합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한강 공공보행교 설치 내용은 빠졌다.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과 압구정을 잇는 한강 공공보행교는 조합 측에서 제시한 기부채납(공공기여) 시설이다.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공공성이 높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다시 들여다볼 수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에서 먼저 제안하긴 했지만 매우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한 시설"이라면서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한다면 관련 위원회 등에서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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