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를 거머쥔 미국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과반을 확보해 다수당 위치에 올랐다. 공화당은 새 상원 원내대표에 4선 존 튠 의원(사우스다코타)을 선출하고, 하원을 이끌 후보로는 마이크 존슨 현 하원의장을 재선택했다. 공화당이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되면서 정치권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미 ABC·CBS·NBC 등 외신은 공화당이 지난 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총 43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일부 선거구의 개표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이날 과반인 218석을 확보했다. 앞서 공화당은 상원의원 선거에서 전체 100명 의원 중 52명 이상을 확보해 다수당이 됐다.
이로써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탈환에 이어 상·하원 권력도 모두 차지하게 됐다. 여기에 사법부도 트럼프의 우군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하고 연방 대법원의 구성을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바꿔 보수 우위 체제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10~20% 보편적 관세 도입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할 전망이다. 미 CNN은 “민주당은 이제 2026년 중간선거 전까지 워싱턴에서 권력을 행사할 플랫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은 이날 새 상원 원내대표로 튠을 선출했다. 상원 원내대표 선거는 친(親)트럼프로 분류되는 릭 스콧 의원(플로리다), 존 코닌 의원(텍사스)이 출마해 튠과 3파전으로 치러졌다. 비밀투표로 진행된 이날 1차 투표에서 스콧은 탈락했다. 스콧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 등 트럼프 진영의 핵심인사들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았지만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서 튠이 29표를 얻으며 24표에 그친 코닌을 누르고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튠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극도로 영광스럽다”며 “(상원의) 공화당 팀은 트럼프의 국정 의제를 중심으로 단합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1월 3일 119대 미 의회 개원과 동시에 원내대표 업무를 본격 시작한다. 튠은 1997∼2003년 3선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05년부터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튠은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한때 껄끄러운 관계였다. 하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와 긴밀히 공조할 것임을 동료 의원들에게 약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튠이 트럼프의 반 자유무역주의와 관세정책을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양측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유무역에 대한 튠의 오랜 지지는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사이의 가장 큰 갈등 지점이 될 수 있다”며 “행정부 초기 튠과 트럼프가 공개 충돌하면 중요한 시점에 당에 균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화당은 하원의장 후보도 새로 뽑았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존슨을 차기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트럼프는 총회에 참석해 “난 끝까지 존슨과 함께한다”고 말하며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존슨은 내년 1월 3일 예정된 하원 본회의 투표에서 과반인 218명의 지지를 받아야 제119대 의회의 하원의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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