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관련 종목 10개에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21조원이 증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로 줄곧 부진을 겪어온 이차전지가 반등 직전 다시 급락하며 국내 증시를 하락시킨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종가 기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종목 시총은 모두 199조4705억원으로 집계됐다.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5개 종목은 지난 15일 장중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홀딩스도 각각 -12.09%, -10.48%로 마감하는 등 대부분 급락했다.
이차전지 테마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는 각각 1주 수익률이 -26.91%, -23.33%를 기록했다. 'TIGER 2차전지소재Fn'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도 -17.59%, -16.94%로 인버스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이차전지주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후 줄곧 약세를 보여 왔다. 전기차 혹은 배터리 산업 지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IRA가 폐지 또는 축소되면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IRA 폐지에는 부담을 갖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제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세액공제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은 현실화하고 있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차량당 보조금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이에 따라 폐지되면 전기차 판매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차전지주는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실적이 악화되며 주가 부진을 겪어왔다. 이차전지주에 대한 믿음을 보여왔던 개인투자자들도 일부 종목들은 손절에 나선 분위기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순매도 2·3위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다. 개인은 에코프로를 5374억원어치 순매도했는데 평균 매도단가는 14만2827원이다. 에코프로 종가가 6만53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손절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책적으로 이차전지 업종이 부정적인 상황에 놓인 상태라고 보고 있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레드스윕'이 현실화되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정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에 대한 예측보다는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경제 참모들은 정부지출 급증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고 보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IRA 법안을 행정명령으로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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