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 치적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미국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로 올라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만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LG, 테슬라, 우버, 리비안, 파나소닉 등 미국 내 50여 곳의 주요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들이 가입해 있는 전기차업계 단체 제로배출교통협회(ZETA)는 단체로 성명을 내고 트럼프 2기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앨 고어 3세 ZETA 전무이사는 성명에서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미국 전역, 특히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간 및 조지아 등 '배터리 벨트'에서 엄청난 고용 성장과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했다"며 "미국이 계속해서 일자리를 이곳으로 가져오기 위해 싸우고, 중국에 대항해 경쟁하려면 '청정 차량 세금 공제'와 같은 수요 측면의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화석 에너지·반청정 에너지'를 공언해 온 트럼프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게 된다면 전기차 가격 상승 및 수요 둔화로 이어지면서 미국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 전체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참석 중인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 소식에 "상당한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해당 분야를 다른 나라, 특히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전날 로이터가 2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은 세제 개편의 일환으로 IRA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마련한 재원을 1기 당시 도입한 감세 법안 유지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트럼프 핵심 지지자' 머스크의 테슬라만 수혜 전망도
한편 트럼프 2기 정부가 예정대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경우,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테슬라만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등에 업고 이미 세계 선두 전기차업체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놓은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된다면 테슬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절반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올해 3분기 기준 조정 세전영업이익(EBITDA)률이 18.5%로 업계 평균인 9%의 2배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테슬라보다는 오히려 전기차 후발업체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7월에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관련해 "그것은 우리 경쟁업체들에게는 막대한 피해가 되겠지만 테슬라에는 약간의 피해만 있을 것"이라며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테슬라에게는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내 추측"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테슬라 낙관론자로 유명한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빅테크 분석 전문가인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정권인수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추진 소식에 "이는 첫눈에 봐도 전기차업계에 분명한 악재로, 특히 GM, 포드, 스텔란티스 및 리비안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는 테슬라를 자동차업체들과의 경쟁으로부터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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