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린 공직선거법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앞세운 '변호 전략'이 이번 같은 혐의 재판에서는 통하지 않으면서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 의사를 밝혀 이 대표 측 법리 공방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정구속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어 '첩첩산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판결문에는 이 대표의 과거 토론회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미 한 차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 판단을 받은 바 있다.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1심은 무죄를, 항소심은 벌금 300만원 당선 무효형을 선고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7(파기환송)대 5(상고기각)로 대법관들 의견이 팽팽했는데 권순일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권순일 판례'라고도 불린다. 대법원은 "토론회에서 후보자 질문에 답변·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대표 측은 이번 선거법 재판에서도 이 판례를 들고 나와 변론을 펼쳤다. 방송 인터뷰와 국정감사장 발언에 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이 대표 발언이 나온 상황은 대법원 판례가 언급한 토론회 상황과 다르다고 봤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이 대표가 준비해 온 패널을 꺼내들고 답변을 한 정상을 봤을 때 '즉흥적' 발언이 아닌 준비된 발언이었다는 것이 재판부 측 판단이다.
또 방송에서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도 해당 방송은 시민 패널이 질문하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형식이어서 후보자 토론회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 당선무효형 위기에 처했던 이 대표를 살린 대법원 판례가 이번에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부담이 가중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증교사 사건은 2018년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 9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결심 공판에서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법정구속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사기 혐의 재판에서 증인들에게 거짓 증언을 연습시킨 혐의로 기소된 박주원 전 안산시장이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당시 법원이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법원이 재판 질서를 방해하는 위증 관련 범죄를 엄벌하는 추세라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위증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한 경우가 드물고, 검찰 구형도 선거법보다 위증교사 혐의가 더 세다"며 "재판부가 (이 대표의) 혐의를 인정한다면 최소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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