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전환 문제로 불거진 동덕여대 사태가 인근 성신여대 등으로 시위 불길이 번지며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단순 반발을 넘어 폭력사태, 젠더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에선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재학생의 학교 점거 농성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성북구 월곡캠퍼스 본관과 종로구 혜화캠퍼스, 강남구 청담캠퍼스 등 모든 건물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한 채 학교와 대치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회와 소통 없이 공학 전환 논의를 강행하고 있었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공학 전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점퍼를 벗어 땅바닥에 널어 놓는 '과잠 시위'를 하는가 하면 캠퍼스 곳곳에 붉은 스프레이로 '공학 전환 결사반대' 등을 써 놓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5곳이 동덕여대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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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성신여대 총학생회도 지난 15일 성신여대 돈암수정캠퍼스에서 국제학부 남자 신입생 입학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성신여대 재학생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학교 측이 2025학년도 입시에서 국제학부에 한해 남성 지원을 열어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학생들은 '성신여대 남성입학 철회하라' '자주성신 정체성은 여성이다' 등 구호를 외치며 여대로서 정체성을 고수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성신여대 교정도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와 붉은색 래커로 쓰인 문구 등이 가득했다.
그러나 두 학교 모두 학생들이 학교 기물을 파손하거나 건물, 동상 등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과격 시위로 남녀공학 전환과 무관한 별도의 논란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덕여대 측은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폭력사태'라고 비판하며 학교 및 관련 업체들이 최대 5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동덕여대는 지난 1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외부 업체 추정액으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피해 금액은 24억4434만원에서 54억4434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총대위나 성신여대 재학생 등이 시위를 위한 모금 활동을 했다가 1000만원 이상 모금은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동덕여대 총대위는 "2500만여 원을 모았지만 정부 부처 신고가 완료될 때까지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공지했고, 성신여대 재학생은 SNS를 통해 모금액 1600만여 원 중 600만원을 반환하겠다고 했다.
갈등이 장기화하며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동덕여대 캠퍼스 내부 건물에 몰래 침입한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들은 16일 오후 4시 40분경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1층 내부를 배회한 혐의다. 이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대 남성이 학교에 들어가 경비원과 시비를 벌이다 무단 침입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일부 남성단체는 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등 학생과 남성단체 사이에 마찰도 일어나고 있다. 신남성연대는 지난 1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앞에서 4주에 걸친 집회를 신고하기도 했다. 신남성연대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을 겨냥한 유튜브와 시위 활동 등을 펼치는 반여성주의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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