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시대 미중전쟁은 “자원전쟁”이다.
말 많았던 미 대선, 뚜껑 열고 보니 공화당 트럼프의 완승이었다. 지난 4년간 바이든의 'BBB(Build Back Better)'는 사라지고 더 독해지고 세진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다시 등장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Tariff)'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관세폭탄제조기' 트럼프의 재등장에 전 세계가 떨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날린 짱돌에 맞을까 이웃국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편관세 20%, 대중국 보복관세 60%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미국우선주의 강화를 내세운 트럼프의 공약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국제 분업체계와 공급망 체계에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4년 전보다 더 고집 세진 트럼프, 2기 집권에서 관세폭탄제조기(Tariff Bombmaker)일지, 관세를 무기로 미국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딜 메이커(Deal Maker)일지는 1987년에 트럼프가 대필로 쓴 책 <거래의 기술> 책을 보면 된다
이미 트럼프 1기정부에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지만 장사꾼 트럼프는 정치도 외교도 거래로 본다. 실제 요구치보다 200% 높은 폭탄선언으로 딜을 시작하고 겁먹은 상대를 협박해 이익을 보면 다시 정상수준인 100%로 요구수준을 낮추는 수법을 써 왔다.
노회해진 트럼프 50년 전에 집 나간 미국 제조업이 관세 올린다고 다시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 아니다. 중국에 무역으로 시비 걸고, 기술로 목을 조른 다음 금융으로 돈 털어 가는 것이 목적이다.
'닭'이 되면 안된다.
“싸움의 고수는 한 놈만 팬다”. 싸움꾼 트럼프,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관세폭탄 먼저 던지고 나중에 협상을 하겠지만 일단 관세폭탄에 시범케이스로 맞으면 바로 죽어 나간다. 트럼프 집권 초기에 시범케이스에 들어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경제지표는 '무역적자'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를 외교정책의 첫 번째 잣대로 삼는다. 트럼프1기 정부 때 미국의 '관세폭탄 설계자'는 USTR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였는데 2기정부에서도 USTR을 관장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트하이저가 보는 미국의 최대 적은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나라, 바로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순서가 미국이 손봐야 할 적들의 순서다. 최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이 그래서 1번 타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과 보조 맞춘 脫중국 정책과 바이든 정부의 IRA와 기후정책에 보조를 맞춘 덕분에 2023년에 사상최대의 대미무역흑자를 냈고 2024년에도 같은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2기 정부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이 손봐야 할 나라의 우선순위에 바로 들어갈 판이다.
“원숭이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바이든의 동맹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지만 트럼프는 무역흑자 안 내는 나라, 미 국채 많이 사주는 나라, 주둔군 비용 많이 내는 나라가 친구다. 트럼프의 기준에 비추어 보면 한국은 1, 2순위로 만만한 닭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중의 제2차 무역전쟁 속에 절대 닭이 되면 안된다. 일단 무역수지 흑자부터 줄여야 하고 트럼프가 강조하는 주둔군 비용문제도 속도감 있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선제적으로 미국의 석유, 첨단 반도체를 화끈하게 구매해 무역흑자를 대폭 줄이고 주둔군 비용문제는 트럼프의 지지세력인 방산과 무기업체들의 제품구매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빨리 가야 한다.
“공급망 사수”에 목숨 걸어야.
트럼프는 최소의 원가로 최대의 이익을 뽑아 내는 뛰어난 '딜 메이커'다.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의 무역공격보다 14억의 시선이 더 두렵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면 절대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을 때리는 데 관세를 무기로 쓰지만 중국이 맞불작전 놓으면 미·중 모두 충격이 크다.
미국이 보복관세 60% 때리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월마트에서 파는 물건의 60%가 '메이드 인 차이나'다. 중국의 총수출 중 대미수출 비중은 17% 수준에 그치지만 수출비중보다 대미수출이 중단되면 고용이 더 큰 문제가 된다.
트럼프 정부가 1기 정부 때처럼 중국산 일부 품목에 60% 보복관세를 때리면 중국은 핵심소재와 광물 수출제한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과 직접 충돌을 피하고 대신 경고의 사인을 보내기 좋은 것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에 대한 희토류와 반도체 배터리 소재수출 통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한국을 희생양 삼아 미국과 유리한 협상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줄기차게 빠져나가고 있고 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 중국에서 자원과 부품을 들여다 가공해 미국으로 파는 구조다. 미국이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중국이 자원통제를 하면 한국은 양쪽에서 터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외국인의 순매도 지속은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미·중전쟁의 대표 희생양이 한국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한·미동맹은 더 잘 관리하면서 빨리 무역흑자 축소를 하는 노력으로 트럼프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 등장으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화해의 손짓이 부쩍 늘고 있다.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소재와 시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양다리 걸치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한국은 선비의 비판정신이 아니라, 상인의 균형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폭망론', '脫중국론'만 외치다가 미·중 자원전쟁의 불똥을 맞으면 답이 없다. 미국에서 '친중(親中)기업인'의 대표인물이지만 반중(反中)인 트럼프 캠프의 치어리더로 들어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트럼프 2기 내각의 장관 자리까지 꿰어 찬 '일론 머스크의 촉'과 '상인의 균형감각'을 한국도 벤치마크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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