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제2조에 고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원격대학, 기술대학 및 각종학교를 두도록 학교의 종류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30조에 특정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대학원만을 두는 ‘대학원대학’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의 2024년 자료에 의하면 교육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대학으로 정보공시대상 대학은 4년제 대학 248개교, 전문대학 166개교, 대학원대학 44개교로서 합계 458개 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 정부의 다른 부처가 관리하는 대학으로 육·해·공군사관학교, 간호사관학교, 경찰대학,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전공대, 폴리텍대, 농협대학, 세무대학 등이 있다.
합계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은 위기에 처해있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에 1.0 이하로 내려간 이후 2023년에는 세계 최저수준인 0.72명까지 감소했다. 또한 대학진학률도 감소해서 중부권 이남에 있는 대학들은 학생 부족으로 인한 재정 부족이 심각하다. 대학 반값등록금 정책이 실시된 2009년부터 16년간 등록금이 동결되어 사립대 연평균 실질 등록금은 매년 감소했다. 2008년에 914만원이던 실질 등록금이 2022년에 700만원까지 감소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가 대학 입학금 징수는 위헌이라고 판결하여 2018년부터 입학금이 점차 폐지되어 재정 부족 상태가 심화되었다.
이에 대학은 부족한 재정을 보전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2023.4.1. 기준)에 의하면, 연도별 유학생 수는 2005년에 2만2526명이었으나 매년 증가하여 2023년에는 18만1842명에 이르렀다. 2023년 유학생을 과정별로 살펴보면, 어학연수 3만7974명, 학부과정 8만1087명, 대학원 석사과정 3만11명, 박사과정 1만8141명, 기타 연수 1만4628명이다.
대학이 재정 부족으로 교육 투자를 하지 못하니 대학교육 경쟁력은 국가경쟁력보다 더 낮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2024 보고서(2024.6.18)에 의하면, 국가경쟁력은 전체 67개국 중 20위로 상위권에 있으나, 대학교육 경쟁력은 46위로 하위권에 속해 있다. 개별 대학들에 대한 평가 결과도 OECD 국가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순위가 낮다. QS 대학 종합평가(2021년)에서 종합순위 300위 내 위치한 우리나라 대학 수는 9개이고, 상해교통대학 종합평가(2021년)에서도 종합순위 300위 내 우리나라 대학 수는 6개에 불과하다.
대학 등록금 동결 이후 정부는 2000년부터 대학평가를 통하여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굵직한 사업을 보면, 국립대학 육성을 위한 국립대학혁신지원(PoINT) 사업,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 대학교육 역량 강화사업,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개별적 사업이던 ACE+(자율역량강화), CK(특성화), PRIME(산업연계), CORE(인문역량) 등의 사업을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통합한 대학혁신지원사업,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그리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사업(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등이 있다.
국립대학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국립대학에만 지원한 사업(PoINT)도 있고, NURI 사업 등은 지방대학만을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을 배제했으며, LINC 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등은 전문대학만 지원했다. 그러나 고등교육법에 따라 특정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대학원대학교는 위의 모든 사업에서 제외되었다.
대학원대학교는 학부 과정 없이 대학원 석사나 박사과정만 운영하는 대학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소규모로 특성화되어 전문가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한 대학으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북한대학원대학교, 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일과 학습을 병행하도록 하면서 석·박사 과정의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셋째, 외국 유학생을 석·박사로 길러내면 귀국하여 대한민국의 홍보맨으로 활약하게 한다.
대학원대학교에 여러 가지 제약이 가해져서 발전을 막고 있는 점이 아쉽다. 첫째, 고등교육법에 ‘대학원대학은 제외’라는 문구가 언급된 조항이 5개나 된다. 대학원대학은 등록금, 대학원 설치, 입학 자격, 학생 선발방법, 학위 수여에 있어서 일반대학과 다르다고 천명하는 셈이다. 둘째, 교육부가 보낸 공문에 ‘대학원대학은 제외’라고 명시하여 참여를 제한한 사업도 있는데, 「외국 대학의 국내 대학 교육과정 운영 기준 개정」(2021.12)이 그러한 사례다. 셋째, 교육부 공문 수신처에 대학원대학은 제외되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에 참여가 봉쇄되기도 한다.
대학원대학은 엄연히 고등교육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이다. 교육부는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일반대학, 전문대학, 교육대학, 원격대학 등에 재정지원을 해왔지만, 44개교나 되는 대학원대학을 외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초·중·고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원도 부족하므로 대학도 통폐합을 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대학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리고, 평가결과가 우수한 대학에 차등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의 돌봄을 받지 못한 대학원대학교에도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기회는 주고, 신청서에 기술된 실적과 계획 및 현지실사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유능한 대학원대학교에는 재정지원을 하여 설립 목적대로 특정 분야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도록 하고, 부실한 대학은 엄정하게 정리하여 중장년층을 위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중심지로 전환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어야 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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