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준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총매출액은 25조원, 관련 기업은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무역업, 설계업에 걸쳐 540여 개, 전체 인력은 3만5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그리고 원전 수출로 파생되는 기술 지원, 유지보수 등 관련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체코 원전 수주는 한국 원전산업의 유럽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체코의 2022년 기준 총발전량은 84.8TWh이며 이 중 약 44%는 석탄화력, 37%는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 체코 정부는 국가 에너지정책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안으로 석탄화력의 축소와 함께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한 원전의 점진적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체코 현지 기업들과 성공적으로 협력할 경우 체코의 원전 운영 경험과 제조업 기반은 한국의 원전기업들에게 다른 유럽국가로 진출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체코 원전 수주는 여러 유럽 국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의 원전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선보이고 추가 수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체코원전의 성공적인 수주 이후에도 한국 원자력산업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선진원자로(Advanced Reactor)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와 함께 원전산업 복원을 위한 미국과 프랑스의 지원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상업원전 지원책(CNC)과 선진원자로 실증사업(ARDP) 등을 통해 기존 대형원전의 안정적 운전을 담보하면서 선진원자로의 상용화와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발표한 'France 2030'에서 산업부문 탈탄소화의 주요 수단으로 소형모듈원전의 역할을 강조하고 '에너지정책방향'을 통해 신규원전 건설과 계속운전에 필요한 원전산업 기반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빠르게 재편되는 세계 원전시장에서 원전산업의 안정적 성장과 선제적인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원전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체코 원전 건설에서 또 한번의 성공 신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영난에 처한 중소 협력업체들을 지원하고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도 요구된다. 이러한 세계 원전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 정부에서는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과 함께 ‘원전산업지원 특별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들이 이미 수년 전에 원전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로드맵과 특별법을 마련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원전산업 지원책은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기존 원전생태계를 상대적으로 건실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산업 지원 정책은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원전 생태계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만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에서와 같이 원전산업 지원책 마련에는 정당 간 입장과 이해를 넘어서는 협치가 중요하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원전산업 지원 및 육성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초당적 협력으로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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