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트렌드] AI 시즌2 개막, 주인공은 'AI 에이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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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4-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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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시즌2에 접어들었다. 2막의 주인공은 AI 에이전트(비서)다. AI 추론 시장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이러한 흐름이 형성됐고, 오픈AI에서 최근 선보인 추론 모델 ‘GPT-o1’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AI 에이전트가 본격 개화하는 시점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AI 잠재 시장 규모를 대폭 키우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GPT-o1‘ AI 2막 열었다
 
오픈AI는 지난 9월 14일 GPT-o1을 공식 발표했다. 과거 ‘Q*’란 코드명으로 불렸고, 이후에는 ‘스트로베리’라는 별칭도 있었다. 처음 언급된 건 재작년 11월 샘 알트먼이 일시적으로 해고됐다가 복귀됐을 때다.
 
GPT-o1의 특징은 연쇄적 사고와 강화학습을 통해 AI의 추론 능력을 크게 개선한 점이다. AI가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다양한 단계별 해결 방법과 결과를 모의 실험해본 뒤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낸다.
 
이는 2016년 구글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국할 때 수를 두기 전에 다양한 방법을 가정해보고 최적의 수를 찾아낸 것과 유사하다.
 
GPT-o1은 훈련시간뿐 아니라 테스트(추론) 시간을 늘림으로써 수학, 과학 등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영역에서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매우 세밀한 추론도 가능해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실제로 특정 영역에서는 박사 수준 전문가들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GPT-o1는 AI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과거 AI는 주로 본능적이고 직관적이며 빠른 의사 결정에 활용됐다. 하지만 GPT-o1의 등장으로 AI도 느리지만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게 가능해졌고 훨씬 더 똑똑해졌다. 이론적으로 엄청난 추론 인프라(환경)를 적용하면 사람의 사고를 뛰어넘은 미지의 답변도 가능해진다.
 
연쇄적 사고와 강화학습에 필요한 보상 프로그램을 일반화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기존 연쇄적 사고 프롬프팅(명령 메시지)이나 강화학습 보상 프로그램은 엔지니어가 직접 설계해야 했다. 하지만 GPT-o1은 모델이 직접 설계함으로써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GPT-o1 출현을 파운데이션(데이터 기계학습) 모델의 새로운 발전 체계가 시작되는 기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 AI는 모델의 파라미터(매개변수)와 학습 데이터 크기를 키우며 성능을 발전시켜 왔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발전 속도가 둔화하고 있던 상황이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추론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을 때 모델의 정확도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며 “이는 기존 학습법에 비해 훨씬 비용 효율적인 발전 체제가 마련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GPT-o1의 등장은 유명 시장 분석 업체들 의견도 바꿔 놨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운용사인 세콰이어캐피털은 지난 6월 20일 AI 거품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GPT-o1 발표 후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변화한 입장을 내놨다. 세콰이어는 이 보고서에서 특정 영역에 특화된 추론 능력을 강점으로 하는 AI 전문 기업의 경쟁력 부각을 예상했다.
 
2025년, 기업용 AI 에이전트 본격 개화기
 
전문가들은 내년이 AI 에이전트가 본격 개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AI 연구소 교수는 “내년을 기점으로 AI 에이전트가 본격 성장하면서 전체적인 AI 판도의 틀이 잡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내년에는 다수의 기업용 AI 에이전트 출시가 예정돼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계 1위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에이전트포스는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장별 재고를 확인하고 주문까지 넣을 수 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추론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기업들은 에이전트 조작을 통해 원하는 행동을 쉽게 추가할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아틀라스라는 추론 엔진을 활용했다. 기존의 방대한 고객 기반과 관련 데이터로 아틀라스를 훈련시켜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상용화 시점은 내년 여름으로 정했다. 이후 내년 말까지 10억개의 에이전트를 생성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대화당 요금은 기본 2달러(약 2800원)로 책정할 예정이다. 산업 평균인 8.6달러(약 1만2000원)보다 대폭 낮을 뿐 아니라 24시간 품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한 만큼 시장 침투율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전문 플랫폼 ‘링크드인’도 채용 에이전트 상용화에 나선다. 짧은 메모와 생각을 긴 직무 설명으로 바꾸는 것부터 구직 후보자를 찾고 연락하는 것까지 다양한 채용 업무를 수행해준다. 채용 담당자의 검색과 활동 내역, 후보자 선발 기준, 채용 관리자 의견 등을 학습시켜 채용 체계를 개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판매, 공급망 관리, 회계 등 10개 업무에 특화된 기업용 자율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이용자들이 각각에 맞는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는 기능도 선보였다. 인사·재무관리 솔루션 기업 ‘워크데이’는 채용, 비용처리, 업무 인수인계와 사업 체제 최적화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마련했다.
 
구글도 이르면 연내에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공개할 방침이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을 보조하는 AI 서비스 이름인 '자비스'를 차용했다. 명령에 따라 화면에 있는 내용을 캡처해 이미지나 텍스트를 분석하고 동작에 필요한 버튼을 클릭하거나 검색창에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용 에이전트도 ‘태동 조짐’
 
개인용 에이전트 시장도 태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의 ‘인텔리전스(지능) 상용화’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있는 개인적 맥락 파악과 행동 실행이 핵심이다. 아직까진 단순 기능 중심이지만 중장기적으론 API(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 기능을 통해 행동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앤드로픽’은 자율적으로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AI 에이전트 ‘컴퓨터 유즈’를 공개했다. AI가 이용자 PC 화면을 읽고 스스로 컴퓨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거나 텍스트를 입력하는 게 가능하다.
 
AI 검색에서는 이미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유의미한 속도로 사용자를 모으며 성장하고 있고 오픈 AI도 검색 엔진 분야에 진출했다. 메타도 내부적으로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검색은 기존 키워드 검색보다 효율성이 매우 높고 의미론적 검색이 가능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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