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대출을 받고 싶으시다고요? 직원 상담 창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8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점포에 들어서자마자 큰 화면 속 은행원이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하지만 이 직원은 사람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된 은행원이다.
화면 속 직원에게 "돈을 모으고 싶다"고 말하자 AI는 적금 상품과 예금 상품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묻고, 적합한 상품을 안내했다. 이는 AI 뱅커가 단순히 정형화된 키워드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까지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서소문지점은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AI 브랜치'다. 신한은행은 올해 지점 금융업무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시작했다. 여기에 AI가 고객 업무 관련 데이터를 점진적으로 학습하고 스스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은행원이 상주하고 있지 않은 만큼 운영 시간도 늘어났다. 기존 은행 업무는 주중 업무시간 내에 제한됐지만 AI 브랜치는 토요일과 공휴일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지점 내부에 새롭게 들어선 디지털 데스크에서는 입출금, 적금 가입, 환전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환전을 요청하면 AI 은행원은 우대 환율을 적용한 금액을 안내하고, 바로 옆 외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외화를 즉시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환전을 신청한 뒤 다음 날 은행에서 찾아야 했지만 AI 브랜치에서는 즉시 환전과 수령이 가능한 것이다.
지점 한쪽에는 'AI랩(LAB)'이 마련돼 있다. 신한은행이 외부 기술과 내부 기술을 연결해 테스트하는 공간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챗GPT 등 외부 솔루션을 시험해 보고 은행 내부망에 적용할 만한 기술인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 공간에서 눈길을 끈 것은 홀로그램 AI 은행원이었다. 마치 실물처럼 보이는 홀로그램 AI 은행원은 상담 언어 등 고객 요청을 즉각적으로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AI 브랜치는 입출금, 환전 등 기본 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문 상담 서비스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신한 AI 브랜치 관계자는 "AI가 단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직원들이 고객 상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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