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의 '약탈적 투자' 행보를 놓고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영풍과 연합한 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3개월째 이어지며 MBK의 인수 후 부작용과 인수 시도 실패 등 사례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는 MBK 인수 이후 기업 가치 제고에 실패했거나 기업 구성원들의 반발로 인수 자체에 실패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도 또 하나의 나쁜 사례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금액 기준 한국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사례로 주목 받았다. 7년 이내 기업 가치를 높여 시세 차익을 누리는 '바이아웃' 전략 투자 사례였다.
인수 후 MBK는 홈플러스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매각하지 못하며 투자 실패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인수된 후 홈플러스는 작년 영업손실 1994억원 등 지속 손실을 내고 있고 기업 가치도 하락해 재매각이 어려워졌다. 9년이 지났지만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와 이커머스 성장 대응 등 업황 변화에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2013년 9970억원에 인수한 네파에서도 11년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네파의 경영 실적은 인수 이듬해인 2014년부터 악화해,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3137억원으로 인수된 2013년 4704억원 대비 3분의 2(66.7%) 수준으로 감소했다. 아웃도어 시장 침체에 대한 대응 부족, 브랜드 경쟁력 약화, 경영 효율화 실패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적 악화로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도 MBK에 2008년 조 단위(2조2000억원) 자금으로 인수된 회사였다. 2008년은 오늘날 케이블TV 시장 쇠퇴를 촉발한 IPTV 서비스가 탄생한 해다. 업계에서 딜라이브는 이후 지속된 케이블TV 시장의 쇠퇴와 경쟁 서비스인 IPTV의 부흥 등 산업 변화에 밀려 쇠락한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시장에서 홈플러스, 네파, 딜라이브와 같은 기업 투자에 잇따라 실패한 것은 내수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인수 후 투자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후 MBK파트너스가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큰 반발을 초래하며 인수 논의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 매수를 통해 추진된 한국앤컴퍼니 인수는 목표 지분(20.25~27.32%)에 크게 못 미치는 공모 결과(8.83%)와 당시 경영권 방어에 들어간 조현범 회장 측 백기사들의 지원으로 실패했다. 2022년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추진했으나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 결국 경영진과 협상 단계에서 중단하기도 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행보에 대해 "(한국서 여론이 나쁘면) 미국·일본에 투자하면 그만인 해외 PEF 운용사와 달리 국내 운용사 사이에선 국내 기업과 상호 신뢰를 확보하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기류가 있다"며 "(MBK파트너스처럼) 기업과 대결하듯 적대적 인수 방식으로 나서는 모습은 낯설다"고 평했다.
MBK가 기업 인수 후 구조조정과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고용 불안, 노조와의 충돌, 협력사와 분쟁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빚었다.
2014년 딜라이브(당시 C&M) 노조는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에 파업·농성을 벌이면서 사측과 합의하기 전까지 C&M과 함께 '대주주인 MBK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가 장기 보유·투자로 '고용 안정'을 하겠다고 약속한 곳 중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당시 ING생명)은 2013년 인수된 후 직원 30%(270명) 감축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고, 홈플러스는 대규모 폐점·감원으로 인력 규모가 2015년 2만5000명에서 2023년말 1만9000여 명으로 줄었다.
MBK가 2018년 인수한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2020년 일방적으로 가맹점주와 계약을 해지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한 일로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3억5000만원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지난 9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K에 대해 "ING생명 인수 후 신한금융지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2조원 이상의 수익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과 역외탈세로 인한 400억원 규모의 추징금 등으로 인해 투기자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며 "흑자를 내던 홈플러스는 M&A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가치는 전혀 실현되지 않은 채 사회적 갈등과 논란만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MBK가 과거 인수 기업에 대해 내세운 가치를 실현하지 못해 온 이력 때문에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 고려아연에 대한 약탈적 투자를 노리고 있다는 우려가 걷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 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가 기간산업 핵심 기술과 자산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해외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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