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치며 경기 회복과 관련해 '완만한'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한달 전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이어졌던 '내수 회복 조짐' 표현도 사라졌다. 대신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라는 문장이 새로 추가됐다. 톤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각종 지표도 긍정적이지 않다. 9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2%, 서비스업 생산은 0.7%, 건설업 생산은 0.1% 각각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8.4% 늘었지만 소매판매는 0.4%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0.1% 줄었다.
그나마 우리 경기를 지탱하던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575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지만 일평균 수출은 0.2% 감소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내린 2.2%로 수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보다 0.1%포인트 하향한 2.0%로 내다봤다. 주요 투자은행(IB)도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1분기에 1.3% 깜짝 성장한 뒤 낙관론으로 일관한 정부 역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3분기 GDP가 반등했지만 예상보다 강하지 않았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로 내수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명시적으로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회복)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리스크에 수출 흔들…"경제정책 기조 전환해야"
내년 경기 상황도 불투명하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 통상 여건이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며 글로벌 관세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DI도 내년 수출 전망치를 2.1%로 낮춰 잡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이는 등 수출 온기가 내수로 전이되기를 기대했지만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세계 경제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감세와 대출 확대 정도를 제외하면 경제 정책 기조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데 세수 결손으로 재정 지출까지 줄면서 내수가 더 안 좋아지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건전재정 기조를 지양하고 적자를 조금 늘리더라도 내수 확대를 위한 재정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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