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러시아가 북한군까지 동원해 총공세를 펼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영국과 프랑스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에 동참했다. 이런 움직임에 러시아는 “3차 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놨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사거리 약 300㎞인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내부에 있는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키이우에서 연설을 통해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가받았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들은 해당 미사일이 초기에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에 전했다. 이 당국자들은 바이든이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가한 이유는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날 미국 측 결정에 영국과 프랑스도 우크라이나에 사거리 약 250㎞ 미사일인 스톰섀도와 스칼프에 대해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을 허가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가 보도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되찾는 것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군을 파견했다. 한국과 미국,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 규모를 1만2000명 안팎으로 추정했고 군수품도 상당량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집권 전인 올해까지 쿠르스크를 탈환한다는 목표로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를 펴고 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한 뒤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르스크를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과 점령당한 자국 영토를 교환하려고 하지만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하면 협상 카드가 사라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에 있는 군사시설 등을 공격하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을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제한해 왔다.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 스칼프가 공격에 투입되면 러시아의 주요 군사시설과 산업단지·발전소 등 핵심 기반시설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과 모스크바 중심부 간 거리는 약 450㎞에 불과하다. NYT는 에이태큼스가 러시아와 북한 병력, 러시아 종심에 위치한 주요 군수지역을 타격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가 전선에서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에이태큼스 허용과 관련해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상원 헌법위원회 안드레이 클리샤스 위원장도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자주권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치닫기로 결정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결로 간주하겠다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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