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최근 어느 때보다도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해인데요.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도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를 말하는데요.
올해 시장에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지만 밸류업 공시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죠. 이 때문에 더욱 주주환원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전문가도 시장의 주요 관전포인트로 주주행동주의를 꼽았어요. 국내 기업의 저조한 밸류업 공시를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죠. 앞서 밸류업 정책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주총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행동주의 캠페인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주총 시즌은 6월 말인데요.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일본 기업의 월별 공시 분포를 보면 주총을 앞둔 5월과 6월 각각 40개, 67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캠페인의 안건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주주환원, 이사 선임, 보수체계 변경 등의 안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요구가 이전과 같은 소극적 관여가 아닌 기업 내부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어요.
그렇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살펴볼까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해 주주제안의 일환으로 태광산업에 현금성 자산 대비 시가총액이 낮다고 주정했는데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SK브로드밴드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어요.
태광산업은 지난 13일 보유하고 있던 SK브로드밴드 지분 전량인 16.75%를 SK텔레콤에 7776억원을 양도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신규 투자재원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는데요. 보유 자산 대비 주가가 극도로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향후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곘죠.
또 두산밥캣을 상대로 행동주의를 펼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을 재추진하고 있는 두산밥캣에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주주환원 요구를 하고 있어요.
18일에도 두산밥캣에 이사회가 두산밥캣과 그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교환 비율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또는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 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고 위법행위 유지(留止)청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어요.
특히 얼라인 측은 두산밥캣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북미 매출 비중이 74%에 달하는 등 사업과 관련된 대부분이 미국에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행동주의가 전개될 때는 통상 주가가 오릅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제안을 하고 기업이 이를 받아들여 가치가 오르면 보유한 주식을 팔고 수익을 얻는 방식이니까요.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가 콜마홀딩스 지분 5.02%를 보유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지분 보유 공시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하는데요. 운용사의 성향을 보려면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분위기입니다. 증시가 부진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가를 띄우기 위해 어떤 카드를 선택할 지,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은 어떻게 펼쳐질지 내년 주총이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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