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8.3%를 차지했다. 특히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은 전체 산업 분야 배출량의 73.0%를 차지하고 있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나타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시멘트‧석유화학 산업은 여타 산업의 기초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기반 산업으로, 이들의 저탄소 전환 성공 여부는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탄소중립 역량과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무협 보고서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의 저탄소 전환이 주요국에 비해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이들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혁신 기술을 통한 생산방식 변경 및 설비교체가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대비 제조설비 내구연한이 많이 남아있어 설비교체 한계비용이 높다고 지적했다. 독일, 미국,일본은 산업화가 오래전에 추진돼 이미 투자비 회수가 종료된 노후 설비 교체 만으로도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나,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설비 투자가 진행돼 향후 20〜30년간 설비 가동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매몰비용과 좌초자산이 큰 상황이다.
미국은 온실가스 다배출 5대 산업(화학, 정제, 철강, 식음료, 시멘트)의 탈탄소화를 위해 산업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고, 63억 달러(약 8조7000억원) 규모의 산업 실증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국내와 EU 자금을 두루 활용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를 도입해 기업의 저탄소 혁신 기술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GX)'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전환금융 체계를 2021년부터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산업 핵심기술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R&D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투자 규모나 제도 측면에 있어 주요국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보고서는 탄소 저감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장기 로드맵을 바탕으로 정책 예측성 및 안정성을 높여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정에너지 기반 전력 생산 및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민간 금융기관이 탄소 다배출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전환금융 체계를 구축해 저탄소 전환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황준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주요국은 탄소중립 달성과 더불어 자국의 제조업 분야 강점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 전환 정책과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저탄소 전환 정책도 단순한 탄소배출 감축 차원을 넘어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고, 이를 활용한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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