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를 상대로 유일하게 무승부를 안긴 팔레스타인과 다시 만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요르단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6차전을 치른다. 현재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이기에 중립 지역인 요르단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달 경기장을 확정했다.
현재 승점 13점으로 B조 단독 선두에 올라있는 대표팀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더욱이 팔레스타인은 지난 9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홍 감독의 데뷔전 당시 대표팀에 0-0 무승부를 안긴 팀이다. 홍명보호의 유일한 무승부다. 그렇기에 홍 감독은 이날 승리가 절실하다.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위태로운 자신의 입지를 실력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홍 감독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재선임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결정에 즉각 반박문을 내놓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홍 감독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날 경기에서 살펴봐야 할 관전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주요 선수들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A매치 통산 50호골 넣은 손흥민…'차붐' 차범근과 격차 또 줄일까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또 한 번 득점포를 가동할지 주목해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 자베르 알아흐메드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19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A매치 통산 50호골을 넣었다.
대한민국 대표팀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차붐' 차범근이다. 차범근은 통산 58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월드클래스급 기량을 유지한다면, 사실상 차범근의 기록을 깨는 건 시간 문제다. 손흥민이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차붐과 격차를 7골 차로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밀집수비' 뚫을 키포인트는 황인범?…지단 연상시킨 플레이 '주목'
"지네딘 지단이 연상됐다."
손흥민은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지단 영상을 봤는데, (황)인범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황인범은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손흥민이 만든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남은 2골은 모두 황인범의 발을 거쳤다.
지단은 선수 시절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붙은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단은 특유의 발 기술과 폭 넓은 시야로 프랑스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일각에선 지단이 있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놓고 '아트사커'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였다. 그는 이러한 아트사커를 토대로 1998년 자국에서 열린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 역사상 첫 번째 우승을 선사해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손흥민이 황인범을 지단에 비유한 건 그만큼 그의 활약이 물이 올랐다는 뜻이다.
팔레스타인은 대표팀을 상대로 '밀집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승리가 아닌 무승부를 노린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렇기에 대표팀으로선 중원에서 공격진에게 키패스를 연결해 줄 황인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을용子' 이태석, 2연속 출전?…'슛돌이 출신' 이강인과 티키타카 '관심'
이번 대표팀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은 이을용의 아들이자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이태석이다. 이제 이태석은 아버지와 함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룬 홍 감독과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4일 대표팀에 첫 발탁된 이태석은 한국 축구 역사상 세 번째로 부자(父子) 국가대표가 됐다. 이태석·이을용 부자 이전에는 고(故) 김찬기·김석원, 차범근·차두리의 사례가 있었다. 이태석은 쿠웨이트전에서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다. 무난한 경기력이었다는 평이다.
이태석과 이강인의 티키타카도 기대를 모은다. 이태석과 이강인은 어린 시절 과거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3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이강인은 팀의 주장을 맡아 남다른 드리블 실력을 뽐냈고, 이강인보다 1살 어린 이태석도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든든히 뒤를 받쳤다. 이강인에 이어 이태석까지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 티키타카를 선보인다면, 축구 팬들은 '슛돌이' 향수를 기억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물오른 경기 감각…배준호,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도전'
배준호가 홍명보호의 황태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만큼 활약이 돋보인다.
그는 쿠웨이트전에서 후반 29분 수비수를 완전히 제친 뒤 골망을 갈라 팀의 3-1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A매치 3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앞서 배준호는 지난 10월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손흥민의 부재 속 그의 공백을 완벽히 메워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이 돌아온 쿠웨이트전에서는 교체 선수로 출전해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뽐내며 팀 승리를 도왔다.
손흥민이 체력을 소진한 뒤 교체되더라도 대표팀에겐 배준호라는 옵션이 또 있는 셈이다. 배준호가 팔레스타인전에서도 맹활약하며,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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