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온 소규모 공장만 200곳 넘습니다. 주거 자체가 심하게 노후하다 보니 살 사람도 일할 사람도 썰물처럼 빠져 나가서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만 현재 값싼 월세로 유입되는 상황입니다."(창신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도심 핵심 입지임에도 슬럼화가 가속화되던 창신동 일대가 개발 물결에 올라타게 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시재생 1호’ 사업지로 선정돼 개발에 발이 묶인 창신동 23-606(구 창신9구역)과 창신동 629(구 창신10구역) 일대가 최근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로 확정되면서다.
20일 방문한 창신동 629 일대는 기온이 영하에 가깝게 떨어진 날씨 탓에 주민들 모습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경사지고 좁은 골목길 사이로 간혹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소규모 봉제 공장과 함께 원단을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오토바이들만 분주했다.
서울 도심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남은 이곳은 바로 인접한 옛 창신9구역과 함께 향후 신통기획을 통해 6400가구 규모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2014년 서울시가 이곳을 뉴타운 지정에서 해제하고 보존 중심의 개발을 선언하며 '도시재생 1호' 선도구역으로 지정한 지 10년 만에 다시 개발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창신동 9·10·12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시가 신통기획 재개발을 확정했음을 알리는 전단지와 재개발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 문구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 일대가 신통기획 사업지로 선정됨에 따라 결국 주민동의율이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시는 지난 2월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 또는 토지 면적 절반 이상이 반대하면 신통기획 사업지 입안 자체가 취소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창신동에는 보유한 다가구주택 월세로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 고령층이 많은 만큼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창신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나 반전세로 3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까지 나오는 다가구주택이 꽤 많다”며 “사실상 노후 소득인데 기약 없는 개발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 주민 중 세입자 비율도 60% 이상이어서 개발에 우호적이지 않은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과거보다 재개발에 우호적인 여론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추진위원회 측은 설명했다. 주거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시에 따르면 창신동 노후 주거 비율은 무려 95%에 달한다. 사업지 전체가 가파른 구릉 지형으로 구성돼 대규모 주거 정비 필요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날 만난 60대 주민은 “이곳은 50년 된 주택이 대다수이고 길 입구가 좁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곳도 많아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시의 개발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창신9구역 재개발 추진위 관계자는 “최근 개발 확정에 대한 소유자들의 관심과 지지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다음 달 구청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구역 지정 동의서를 받을 예정이다. 토지 등 소유자 50% 이상과 토지 면적 2분의 1 이상이 목표인데 기존에도 40% 중반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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