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직접구매 시장의 성장으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면서 칼을 꺼내들었다. 플랫폼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거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고 과다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불공정약관을 시정하고 위해제품 차단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익스프레와 테무의 이용약관 심사 결과 △플랫폼 사업자의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조항 △소비자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조항 등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기존 이용약관에 알리·테무가 중개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배제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가 중개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고, 그러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알리는 이용약관에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거래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책임 또는 피해에 대한 위험을 전적으로 감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테무 역시 약관에 "당사는 관련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 내에서 Temu(테무) 사용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책임과도 무관함을 명시한다"며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을 담았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중개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귀책 여부와 책임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플랫폼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배제하고 있어 불공정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알리·테무는 고의·(중)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콘텐츠를 부당하게 수집·활용하는 조항에 대한 시정도 이뤄졌다. 기존 알리·테무의 약관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과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면서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들 조항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용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다며 이용자에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 분쟁 발생 시 알리, 테무가 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 법원을 전속관할로 정한 조항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 국제사법은 사업자가 소비자의 일상거소지국에서 소비자의 주문을 받는 등 ‘소비자 계약’에 해당하는 경우 소비자가 대한민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국제재판관할의 합의를 한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원에 추가해 다른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허용한 때에만 그 합의가 유효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알리·테무는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정하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밖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알리·테무는 이미 국내 사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공정위가 불공정약관 조사에 착수한 올해 5월 전까지도 한국어 약관이 없었으며 해당 사건 심사 과정에서 한국어 약관을 마련해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시장·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공정약관을 집중적으로 점검·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알리·테무의 약관을 정상화함으로써 13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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