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향정신성의약품에 취해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운전자에게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모(28)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 10분께 신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행인(당시 27세)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당시 피부 미용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수면 마취를 받고 난 뒤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현장 CCTV에 의하면 신씨는 사고가 일어난 뒤 행인들이 달려와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으며, 이윽고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신씨가 별다른 조치 없이 도주함으로 인해서 피해자는 뇌사에 빠졌고 지난해 11월 25일 사망했다. 이로 인해 신씨의 혐의는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됐다.
1심 재판부는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현장에서 고의도 도주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1심에서 유죄 판정이 났던 도주치사·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봤다.
결국 재판부는 신씨에게 위험운전치사·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등 2가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형이 절반으로 깎였다.
2심은 "사고 당시 신씨가 현장을 3분 정도 이탈했다가 돌아왔다"며 "약 기운에 취해 휴대전화가 차 안에 있는 것을 잊고 그것을 찾으러 갔다 온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돌아와서 사고를 인정한 점 등을 볼 때 도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 판결을 인정했고, 검찰과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징역 10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신씨가 사고 이후 숨거나 도주하려는 행동을 한 바 없고 당시 사고 현장에는 경찰 차량이 도착해 있는 상황이었다"며 "경찰관에 의해 체포될 당시 자신이 사고운전자임을 인정한 점 등을 들어 도주치사·사고 후 미조치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신씨가 일시적으로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해서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이 무리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신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지만 이를 인정 못하겠다며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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