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국내 증시와 펀드, 예금에 투자했던 돈을 모두 현금화해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미친 짓"이라며 주변에서 말렸던 지인들도 A씨가 미국 증시 급등으로 자산을 크게 불리자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이고 글로벌 증시와 비트코인, 금 현물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다.
IT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증시, 가상화폐, 금은동 현물 등 세계 어디에든 투자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아 '인베스트 노마드(투자 유목민)'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IT에 익숙한 MZ 세대가 먼저 앞장서더니 40대가 뒤를 잇고 뒤늦게 정보화 시대에 합류한 5060 세대까지 인베스트 노마드에 동참하며 금융 환경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일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8일 기준 1011억9137만 달러(약 140조6762억원)로, 올해 초 대비 무려 56.42% 증가했다.
한국에 거주하며 일하고 세금도 내지만 금융자산은 미국에 두고 있는 인베스트 노마드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해외 주식 투자를 넘어 수익률만 높으면 국가와 상품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우리 금융투자 시장이 제자리걸음만 되짚자 투자자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 유목민 생활을 자처한 것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국내 주식시장 속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요구가 맞물리며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환율상승 압력 등 외환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졌다”고 분석했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 상품에 넣어 두던 퇴직연금 상품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원금 비보장 적립금은 31조9706억원으로, 1년 전 대비 47.1%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21조7225억원, 올해 1분기 27조230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원금 전액 손실 위험 부담을 안고 수익률을 최우선해 S&P 500, 나스닥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늘린 결과다.
가상자산에도 뭉칫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계좌 수는 약 770만개에 달한다. 평균 보유액은 893만원으로 시총 기준 69조원에 달한다. 40~50대가 가상자산 주요 투자층으로 부상한 점도 눈에 띈다. 10억원 이상 고액 계좌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연령대는 40대, 평균 투자액은 50대가 148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전 세계 어떤 국가, 어떤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며 투자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수익률만 높다면 어디든 자산을 투자하는 '인베스트 노마드'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자산 배분, 고위험·고수익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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