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는 아주경제에 "AI 진흥 정책을 우선으로 AI의 위험성에 대한 기본적인 규제 프레임을 마련해서 기업들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자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 줘야 한다"며 "최소한의 규제 위주로 AI 기본법을 구성해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AI 기본법이 한국의 AI 생태계를 탄탄히 하는 데 기여해야 하는데, 자칫 새로운 규제 법으로 작용해 AI 발전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의견은 지난 9월 열린 AI 기본법 공청회에서도 피력됐다. 기본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만 규제의 범위와 수준 등을 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AI 윤리 원칙을 지키는 것은 AI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신뢰와 직결돼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고, 그렇기에 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AI 규제는 기술 자체보다는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전 세계 최초로 제정한 AI에 대한 포괄적 규제법인 'AI법'에 대해 한국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AI법은 '고위험 AI'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를 신설했는데 법 위반 시 최대 매출 7%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은 EU AI법만큼 처벌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일부 법안에서 고위험 AI 관련 징역·과태료 조항을 넣고 법으로 금지되는 AI의 범위를 규정하는 등 해당 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조항들이 들어갔다.
AI 기본법이 보다 일찍 통과됐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 기본법이 있었다면 법과 함께 그 아래에 열거된 시행령이나 규칙 등을 토대로 기업이 AI 관련 사업 등을 보다 활발하게 했을 것"이라며 "법의 위계가 잡히지 않다 보니 산업 측면에서도 불안하고 국민들도 (AI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