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학생들도 점거 농성을 일부 멈췄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대학 처장단은 '래커칠'로 상징되는 학교 측 시위 피해 책임에 대해 양측 모두 "낼 생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취업설명회 부스 등 파손으로 설명회 주관 업체가 청구한 피해액은 3억3000만여 원이다. 총학 측은 지난 21일 대학 처장단 면담에서 "(과격 시위는) 학생회 주도하에 진행된 게 아니라 불특정 다수 학우들이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학교 측은 "여러분이 학생 대표 아니냐"고 반박했다. 현재 학교 측은 래커칠 제거, 학내 청소 비용 등 피해 복구에 최대 54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CCTV 300여 대를 분석해 책임자를 가려내고 피해 배상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점거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확인하고 기물 파손과 관련된 가담자를 특정하기 위해 교내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아직 본관 점거도 풀지 않은 상태다. 총학생회는 남녀 공학 논의 전면 철회 등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원들의 수업권 관점에서 강의실 봉쇄를 해제하고 수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건 다행이지만 본관 점거 등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미 벌어진 재산상 피해 등에 대해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와 처장단은 25일 추가 면담을 하고 점거 상황과 피해 배상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녀 갈등'이라는 논쟁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등에선 "특정 여대 출신은 앞으로 거르겠다"는 글이 올라오며 정부는 성차별이 아닌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시위 참가자를 옹호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인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 논의는 오히려 혐오 논란에 묻히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SNS에 동덕여대 출신 학생들을 비하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우영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지난 16일 본인 페이스북에 동덕여대로 유추할 수 있는 '서울 ㄷ여대'를 언급하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아들을 둔 아비 입장에서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도 했다.
한 음대 교수가 동덕여대 시위대에 무릎을 꿇었다는 주장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동덕여대 음대 건물에서 관현악과 졸업연주회가 예정돼 있었다. 일부 시위대가 연주회장 출입을 막았고 한 교수가 "우리 과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으니 제발 졸업 연주만 하게 해 달라"며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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