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업계 대세였던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출하량이 내년에는 두 배로 껑충 뛰면서 호황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24일 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HBM 출하량이 지난해 3억9000기가바이트(GB)에서 올해 12억7000기가바이트로 4배가량 급증했다. 내년에는 24억2000기가바이트로 전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엔비디아 외에도 AMD의 자체 주문형 반도체(ASIC) 칩에 HBM 탑재율이 확대되면서 HBM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엔비디아 등 주요 회사의 로드맵과 보조를 맞춰 차세대 HBM을 더 빨리, 더 많이 출하하는 곳이 메모리 실적 우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견조한 인공지능(AI) 수요가 지속할 것”이라며 “AI 수요 급증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GPU·가속기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B100·B200, AMD의 MI325가 올해 말에 양산돼 내년부터 본격 출하를 시작한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다양한 GPU 출시가 예정된 만큼 HBM 수요가 지속할 것이란 설명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으며 성능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HBM의 신제품 양산 주기는 3년 정도였는데, 이 기간은 더욱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엔비디아 등 GPU 업체들의 개발 및 양산 주기가 짧아지면서 HBM 개발과 양산도 기존 대비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빼앗긴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우선 연내 삼성전자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이 가시화한다면 실적 상승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3조8600억원)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3E 출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4세대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HBM3E 8단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출시를 계기로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AI 동맹은 더 굳건해질 전망인 가운데 그 틈새를 삼성전자가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랠리에 올라타기 위해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게 주요 과제”라며 “시장에선 엔비디아로서도 가격 협상력과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필요하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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