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정 칼럼] 통상파고 거세질 트럼프 2기, 위기 속 기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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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4-11-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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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통해 다시 백악관에 진입하게 되면서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통상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워낙 많은 통상이슈가 있었던 터라 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트럼프 2기 시대 통상정책의 특징을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하여 예측해 보면, 먼저 트럼프 1기에서 시작되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승된 대중 견제 정책과 미국의 제조업 강화정책은 그 기조를 이어나가며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시절 대중 견제 정책의 세 가지 주요 수단으로 꼽힌 수출통제, 인바운드 투자 심사, 아웃바운드 투자 심사 모두 트럼프 2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1기에서 통상대표(USTR)를 지냈고 2기에서도 통상 이슈에 관여할 것으로 보이는 라이트하이저는 2023년 의회 증언 시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1기에서 시작했던 수출통제를 훌륭하게 발전시켰다고 찬사를 보낸 바,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미 상무부의 수출통제제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화당 공약상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산업 구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하고 있고, 라이트하이저도 11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자본 접근료(capital access fee)를 청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투자 심사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더하여 공화당 공약상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MFN) 철회가 약속된 바, 이 부분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가 주목되며, 이 경우 WTO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한편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맹정책과 기후에너지 통상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 등을 추진하였으나, 트럼프 당선자는 동맹국에게도 10~20%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보편관세,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상호무역법 등을 공약하였다. 미국의 법 체제가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 등을 통해 대통령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였기에 이러한 공약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1기 때 이미 화폐 평가절하를 이유로 한 상계관세 부과 절차를 마련하였기에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기후에너지 통상정책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재탈퇴하고 석유·가스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지난 트럼프 1기 때 파리 협정 탈퇴는 최초의 탈퇴로 효력발생에 3년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파리협정 조문에 따라 탈퇴 후 1년 만에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비록 기후에너지 정책을 전반적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EU에서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2023년 10월에 전환기간이 시작되었고 2026년부터 전면적으로 이행되는 만큼, 미국식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화당은 수입제품에만 오염세를 부과하는 외국 오염법(Foreign Pollution Act)을 발의한 바 있으며 라이트하이저 역시 본인의 저서(No Trade is Free)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국의 통상환경이 다시 크게 미국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은 확실해 보이나, 이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트럼프-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계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견제와 제조업 강화정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의 가치를 좀 더 어필하고 그 기회를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분야에서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도약하던 중국의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강화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재 상원을 통과한 바이오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위탁개발생산기업의 미국에서의 영업을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타 해외 경쟁자들의 상황도 모니터링하면서, 미국과의 기술협력을 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바이든 정부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동맹정책과 기후에너지 통상 정책 관련해서는, 속도감 있게 상대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 준비를 하면서 대비해야 할 것이다. 동맹국들에게도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부여하겠다는 미국 전략에 대해서는 이미 한·미 FTA를 통해 미국에 대해 무관세를 부여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타국 대비 상대적 우위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실제 트럼프 1기에서 국제무역보좌관을 했던 나바로(Navarro)는 헤리티지 보고서에서 브라질 38%, EU 10% 자동차 관세를 부여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상호적으로 동일한 관세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한·미 FTA상 양국은 자동차에 대해 서로 무관세를 부여하고 있다.
기후에너지 통상정책 관련,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소형원자로(SMR) 등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인 한국으로서는 수입다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LNG와 석유 수입 중 미국산은 각 12%, 19.8%를 차지하는 만큼, 대미 흑자를 상쇄한다는 관점에서도 미국의 LNG 및 석유 수입에 있어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전, 그리고 다른 분야와 연계해서 보는 시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협상에 있어서 논거보다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이득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때는 1기 때보다 더 빨리 속도감 있게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제적으로 줄 수 있는 것, 내주면 안될 것 등에 대해 미리 정리하여 속도전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자와 첫 전화통화 시 미국산 LNG를 유럽에 추가 수입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시사점이 있다. 또한 우리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사항을 여러 분야와 연계하여 전략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트럼프 당선자는 윤 대통령 통화 시 조선업 협력을 먼저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단순한 조선업 협력을 넘어서서,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그간 통제하였던 LNG 수출허가가 풀리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이 잘하는 LNG 운반선 건조, 더 나아가 LNG 터미널 등 인프라 건설, 관련 철강 등 부자재 수출, 가스와 연결되는 탄소포집과 수소 협력 등 연관 산업들을 연계한 프로젝트를 역제안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통상교섭뿐 아니라 수출통제, 투자심사, 기술안보, 무역구제 등 통상정책 툴을 잘 활용하면서 산업과 에너지를 아우르는 연계 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 통상, 에너지를 모두 관장하고 있어 연계전략을 마련하기가 좀 더 용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바,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여 속도와 연계를 통해 트럼프 2기의 통상파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대학원 석사고려대 법학 박사 ▷WTO 보조금 위원회 상설전문가그룹 위원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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