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반등에 나서며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연말 소비 시즌 등을 이유로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이익 대비 주가가 낮다는 것이 증시 저점론의 주된 이유였지만 4분기에 이어 내년 이익 전망치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바닥이 아직 더 남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5일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316조원으로 1개월 새 3.6% 감소했고, 매출액 추정치도 4.1% 줄어 코스피 실적 추정치 하향 폭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3분기 기업 실적 발표 기간이 진행되는 사이에 상장사 주가의 근본이 되는 이익 등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도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내년 기업 이익 추정치 역시 코스피는 -7.2%, 코스닥은 -8.6% 하향 조정했다"며 "기업 이익에 기반해 '밸류에이션이 싸다'고 판단하는 설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이달 중순 2400 초반으로 급락한 뒤 반등하면서 2500선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이차전지, 은행, 자동차, 보험, 조선, 화학 업종이 반등을 주도했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급락 후 저평가 인식 속에 형성된 반발 매수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섹터 전반에 걸쳐 지난주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출현했다"며 "산업부 중장기 원전 로드맵 초안 확정 소식에 비에이치아이 등 원전 관련주가 급등하며 에너지 업종을 견인했고, 철강, IT가전, 화학 등은 트럼프 2기 피해 업종으로 급락한 데 따른 낙폭 과대 인식으로 반등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 반등세는 펀더멘털 개선과 무관했던 만큼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황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반등한 코스피는 여전히 부담 없는 밸류에이션 수준이지만 이익 기반 멀티플(가치평가 배수) 신뢰성이 훼손된 상태라고 볼 때 특별한 재료가 없는 이상 반등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내 증시 전반의 상승 모멘텀도 제한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이번 주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로 관측돼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블랙 프라이데이'로 대표되는 소비 성수기 이벤트도 반등을 지속할 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하나증권은 유틸리티, 해운, 방산, 통신, 자동차·부품, 항공, 조선, 상호미디어 등을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상향 업종으로 제시했다. 정유, 이차전지, 화학, 기계, 기술하드웨어, 화장품, 방송·엔터테인먼트, 반도체 업종을 하향 업종으로 분류했다.
이경수 연구원은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 "연내 투자는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어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거나 인공지능(AI) 모멘텀이 기대되는 업체로 선택지를 좁히는 전략, 내년 상반기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방어주 전략이 유효하다"며 "수요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분위기에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를 통한 증시 전반적인 움직임보다는 개별 업종과 종목의 등락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황산해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취임하더라도 한국 수출 기업 리스크인 관세, 법인세 등 규제 강도와 방향성은 그 이후에야 확정된다"며 "변수에 대한 경계심리가 고조된 환경이기에 당장은 지수 방향성보단 관련 테마와 뉴스에 의한 트레이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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