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을 1%대로 속속 낮추는 동시에 원화 가치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1%대 성장은 잠재성장률(2%) 수준을 밑도는 수치로 한국 경제 성장을 끌어내리는 하방 요인이 많다는 의미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0.4원 오른 1402.2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7개월 만에 처음으로 1400원 선에 진입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내년에도 1400원대의 고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는 것이다. IB들은 내년 2분기 중 환율을 ING 1425원, 모건스탠리 1440원, RBC 1440원, UBS 1440원 등으로 전망했다. 주로 상반기에 1440~1450원의 고환율을 유지하다가 하반기로 가면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봤다.
1개월 후 전망치를 1425원으로 제시한 ING는 "중국 위안화에 높은 민감도를 보이고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가 가장 높은 절하 압력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원하 가치 절하를 예상했다.
ING는 한달 전만 해도 1개월 후 1350원, 6개월 후 1300원을 예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 전망치를 약 80원가량 올린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소 중 하나로 지목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1개월 후 1430원, 내년 2분기 1440원을 예상하면서 "글로벌 교역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한국은 2025년에 잠재적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내려 잡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수출 부문의 눈에 띄는 하방 압력,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 둔화, 고점을 찍고 내려온 IT 사이클, 중국 수요 둔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관세 위험이 재부상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이외에도 바클레이스·씨티·JP모건·HSBC·노무라 등 5곳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이들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보다 0.1%포인트 낮은 2.0%였다. 올 상반기 2.2% 수준에서 계속 내리막이다.
RBC는 엔화 약세 영향도 원화 약세 원인 중 하나라고 손꼽았다. RBC는 "원화는 또한 엔화 약세로 고전하고 있다"면서 "지난여름 이후 두 통화 양의 상관관계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IB들은 엔·달러 환율 전망도 대폭 상향 조정하며 미국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탰다. 6개월 후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바클레이즈는 141엔에서 158엔으로, HSBC는 140엔에서 158엔까지 올렸다. 노무라도 6개월 후(143→150엔)로 전망치를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높은 경제 성장세와 자산 수익률 등이 강달러를 지지 중"이라며 "새 행정부의 관세 부과 등으로 앞으로 6∼12개월간 달러화 약세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