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이사이상 수상' 미야자키 하야오 "日, 민간인 학살 잊지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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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입력 2024-11-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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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 전쟁 중 끔찍한 일 많이 저질러"

  • SNS에선 "그런 사실 있었는지도 몰랐다" 반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사진본인 인스타그램 캡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사진=본인 인스타그램]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83)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태평양전쟁 중 민간인 대학살 사실을 거론했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기쁨 대신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대리 수상자로 나선 요다 겐이치 스튜디오 지브리 이사가 미야자키 감독의 메시지를 대독했다.

막사이사이상은 1957년 당시 필리핀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제정된 상으로, 매년 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와 사회를 위해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되고 있다. 그동안 테레사 수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등이 이 상을 받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한 번 필리핀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일본인들은 전쟁 중에 끔찍한 일을 많이 저질렀다. 민간인을 많이 죽였다. 일본인은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한 역사가 있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막사이사이상을 받는다는 것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야자키 감독이 언급한 사건은 1945년 2월 태평양전쟁 당시 필리핀을 점령한 일본군이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과 마닐라에서 벌인 전투로, 이 과정에서 미군의 포격과 일본군의 학살 등으로 약 10만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1942년부터 일본군에게 점령당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소감이 보도되자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그의 발언에 공감하는 의견과 함께 “잊고 말고 하기 전에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에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과거사 성찰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일본의 보수 우익 인사들이 전전(戰前, 전쟁 전)의 일본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각 민족의 자긍심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히 사죄하고 제대로 배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라몬 막사이사이상 재단은 올해 수상자로 미야자키 감독 등 개인 4명과 단체 1곳을 선정했다. 미야자키 감독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해 보는 사람에게 성찰과 배려를 촉구한다”며 “환경 보호나 평화, 여성 권리 등의 문제를 예술을 통해 아이들에게 이해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더 나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와 마주하고 이를 기억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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