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내 증시 침체 불러오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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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4-11-2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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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26일부터 시행된다. 주권상장법인은 기준시가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하지만 비계열사간 합병에서는 기준시가로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기준시가 방식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신 비계열사간 합병은 외부평가를 의무화했다.

계열사간 합병은 외부평가기관 선정에 감사의 동의 등을 거치도록 했다. 일반주주 피해가 빈발한 계열사간 합병 등에 관해서는 이후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이번 개정에서 제외했다.

금융위원장이 주주 보호의무를 명확히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개정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

우선 문제가 많은 계열사간 합병은 제외하고 비계열사간 합병에 관해 개정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국내 합병 105건 중 계열사간이 91.4%, 비계열사간은 8.6%였다. 거래규모 기준으로는 계열사간 합병이 97.7%에 달했다. 계열사간 합병이 국내 합병 거래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비계열사간 합병에서 일반주주 이해를 침해하는 주식가치 평가사례는 찾기 어렵다. 비계열사간 합병은 남남 간의 거래여서 서로의 이익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일반주주와 관계 없이 대주주들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저울처럼 양쪽의 이해가 일치하는 가격 균형점에서 거래가 성사된다. 그래서 일반주주 피해는 거의 모두 계열사간 합병에서 발생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대표적이고, 최근 두산밥캣 사례도 그렇다.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일반주주의 손해가 대주주의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작 문제인 계열사간 합병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개정안은 외부평가 의무화를 처방으로 내놓았다. 비계열사간 합병에서 평가기관 선정에 감사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외부평가업무 품질관리규정을 마련하도록 한 것에 비추어 보면 이후 계열사간 합병에서도 외부기관 평가를 의무화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계열사간 합병과는 달리 계열사간 합병에서는 외부기관 평가의 적정성, 공정성을 담보할 강화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오히려 일반주주의 권리를 더 침해하는 수단이 될 뿐이다.

외부평가를 맡는 회계법인들의 주식가치 평가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도 계열사간 합병에서 비상장 주식은 회계법인이 기준시가 외의 방법으로 평가하지만 일반주주들의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기준시가는 뚜렷이 확인이라도 되지만, 회사와 회계법인 간에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그렇지 않다. 기준시가 방식 외에 주식가치 평가 방법으로 자주 이용되는 것이 현금흐름할인법이다.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하여 이를 현재가치로 산정함으로써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데 수많은 가정과 추정이 들어간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악화시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외부평가를 처방으로 제시하려면 그 적정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이 부실감사 여부를 조사하듯 부실평가 여부를 조사하는 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실평가에 의한 일반주주 피해 발생 시 평가기관이 이를 배상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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