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종범'이라 불리던 소년이 이제는 KBO리그 최고의 별이 됐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 이야기다.
김도영은 지난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됐다.
이날 김도영은 수상 소감도 MVP다운 모습이었다. KIA 팬들이 그를 향해 부른 "니 땜시(너 때문에) 살어야"와 자신이 유행시킨 "그런 날 있잖아"를 활용해 발군의 멘트를 선보였다.
그는 "그런 날 있잖아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그런 날들이 입단 후에 숱하게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저에게 '너를 믿어라. 나중에 누군가는 너를 보며 위안을 얻을 거야'라고 누군가 해준 말이 떠오른다. 그런 날이 떠오르는 분들이 저를 보며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올해 팬분들 땜시 살았다"라며 팬 사랑을 내비쳤다.
입단 후 억눌렀을 '문김대전' 부담감?…기대치 밑도는 부진이 김도영을 키웠다
광주 동성고 시절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이라 불렸다. 빠른 발과 정교한 콘택트 능력, 파워까지 갖춘 그는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지역 내 김도영의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다. 당시 고교 최대어 투수로 평가받던 광주 진흥고 투수 문동주가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KIA 타이거즈의 2022년도 KBO 드래프트 1차지명 선택을 놓고 '문김대전'이라고 칭했다. 그래도 '투수는 금값'이란 말처럼 투수인 문동주가 내야수인 김도영을 앞서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KIA는 예상과 달리 김도영을 택했다. 강속구 투수보다 5툴 플레이어 내야수의 희소가치가 더 높다고 평가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IA의 선택으로 문동주를 얻은 한화 이글스가 이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김도영의 성장이 다소 느렸던 반면, 문동주는 시속 160㎞가 넘는 공을 미트에 꽂으며 국가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동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 면제의 혜택까지 받았다. 하지만 올해 김도영은 '버닝' 시즌을 보여줬고, 문동주가 평균자책점(ERA) 5.17로 부진해 KIA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문김대전'의 전세를 제대로 바꾼 김도영이었다.
월간 10홈런-10도루…최연소 30홈런-30도루 쏘아 올린 KBO의 지배자
김도영은 올해 '신드롬급' 활약을 펼쳤다.
지난 4월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KBO리그 최연소로 30홈런-30도루를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24시즌 첫 사이클링 히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이 더해진 올해 그의 최종 성적은 타율 0.347 38홈런 189안타 109타점 40도루 OPS 1.067이다. 이뿐 아니라 김도영이 있는 KIA는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고교 시절 기대대로 '5툴플레이어'가 성장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증명해 낸 시즌이었다.
MVP에도 만족하지 않는다…"수비 때문에 80점"
그렇지만 김도영은 MVP를 받았음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성장을 꿈꿨다.
이날 시상식에서 김도영은 2024시즌을 점수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80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비에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도영은 올해 타고난 타격 성적과 달리 수비에서 실수가 잦았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렇기에 김도영은 뛰어난 타격 성적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약점인 수비를 보완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타격 천재' 김도영이 수비까지 완벽해진다면, 미래 메이저리거의 탄생은 따 놓은 당상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김도영의 야구력…미래 메이저리거의 탄생?
실제 김도영은 지난 24일 막을 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전 세계인들에게 뽐냈다.
그는 프리미어12 5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2 3홈런 10타점 4득점 OPS 1.503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김도영의 등장에 외신도 주목했다.
일례로 일본 매체 '더 앤서'는 지난 18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내야수 김도영이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일본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며 반응을 전했다.
이처럼 김도영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거 스카우터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그이기에, 향후 메이저리거가 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KBO를 지배하는 활약으로 '괴물 타자'의 탄생을 알린 김도영이 성장을 거듭한다면, 한국 야구의 새로운 '대들보'가 될 수 있다. 그가 '제2의 이종범'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이종범의 아들'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6년 1억1300만 달러·약 1577억원)처럼 KBO리그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수년 뒤 메이저리그로 직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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