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외국계 금융기관과 국내기관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견을 속속 내고 있다. 지난 22일 시행한 금통위 설문조사에선 11월 금통위 동결, 1월 금리 인하가 중론이었지만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기류 변화 배경에는 성장 둔화가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전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춰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만큼 두 달 연속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이번 달 전격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하와 동결 가능성을 각각 55%와 45%로 평가하긴 했지만 메인 시나리오로 '인하'를 택했다. 노무라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9%로 하향 조정하면서 내년 성장률 둔화가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두 분기 연속 부진한 경기 여건을 확인시켰다"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는 위원 다수의 스탠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나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책임이 한은과 금통위에 있다는 이야기가 금통위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날 외환당국이 한은과 국민연금 간의 외환(FX) 스와프 규모를 연장·확대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자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11월 금통위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금통위 직전 환율을 1400원 밑에 내려놓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면서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다.
한 증권사 채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 정책 라인과 외환당국의 최근 움직임이 인하에 기울지 않았나 싶어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고 3개월 내 추가 인하를 염두에 둔 위원이 1명에 불과했던 포워드 가이던스를 고려하면 이를 뒤집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아울러 그동안 '연속 금리 인하'는 극심한 위기 상황에만 이례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금통위원들의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한은 금통위가 연속 인하를 한 때는 미국 9·11 테러와 닷컴버블 충격이 있던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단 두 번뿐이다. 2001년에는 7~9월 연속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2008년엔 5.25%였던 금리를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연속 인하해 2%까지 끌어내린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 담당 연구위원은 "2012년 유럽 재정 위기, 2014년 세월호 참사, 심지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긴급 인하를 하지 않고 한 박자 쉬고 추가 인하를 단행하는 정도의 환경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깜짝 인하를 하게 된다면 지금이 연속 인하를 실시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냐에 대한 논란이 나오면서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를 많이 주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 역사상 얼마 안 되는 긴축기인 만큼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주장할 순 있겠지만 이건 지난 10월 한은이 내세웠던 펀더멘탈 논리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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