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짓눌린 K-석화] 업계 비명에도 부처 이견 평행선...구조조정案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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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4-12-0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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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석화 경쟁력 강화 방안 내년초 발표 예정

  • 日 사례 벤치마킹...석유화학 체질 개선 속도

  • "산업 경쟁력 잃을시 거시정책 유효성 사라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출 주력 산업인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의 덤핑 공세 등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는 부처 간 이견 조율 등을 이유로 지원책 마련에 미온적인 모습이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자국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는 가운데 자칫 우리나라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부에 따르면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던 석유화학 산업 재편 등 지원 방안이 사실상 내년으로 순연된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이 심각하지만 지원책 마련을 위한 업계 의견 수렴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도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석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아직 확정된 바 없고 한 부처가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 부처 간 이견을 조율 중"이라며 "기업 간 자발적 사업 재편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달 초 지원 방안 발표를 공언했다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다음 달 초중순 열릴 산업경쟁력 장관 회의에서 정부 지원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연내 발표가 어렵다는 걸 시인했다.  

산업부는 지난 4월 관련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석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7월에는 주요 석화 기업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했지만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석화 업계 경영난과 수익성 악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 동향을 보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품목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7%와 5.6% 감소했다. 주요 기업별로는 롯데케미칼이 3분기 기준 영업 손실 4136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382억원)과 한화솔루션(-310억원), 효성화학(-262억원) 등도 줄줄이 적자다. 

산업부는 일본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석유화학 주요 정책과 현황 조사 연구'에 관한 용역을 긴급 발주하기도 했다. 연구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일본의 선제적인 석화 산업 구조조정 사례를 국내 업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오일쇼크'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1980년대 초부터 석화 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통해 과거 범용 제품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 위주로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M&A에 걸림돌이 되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석화 산업에 한해 한시 유예하는 방식 등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범용 소재 중심인 우리나라 석화 산업을 스페셜티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는 30년 전부터 나왔다"며 "산업이 경쟁력을 더 잃으면 거시 정책 유효성도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원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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