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논란 인선'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치안을 총괄하는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40대 강성 지지자' 캐시 파텔(44), 주프랑스 미국대사에는 실형 전력이 있는 자신의 사돈 찰스 쿠슈너(70)를 임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FBI 국장 지명 사실을 알리며 "캐시는 뛰어난 변호사, 수사관이자 '미국 제일주의' 투사로, 부패를 폭로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파텔이 '러시아 사기 사건(트럼프의 러시아 연루 의혹 조사)'를 폭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인도계 미국인으로 트럼프 1기 당시 국가정보국 수석 부국장 및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등을 맡았던 파텔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러시아 연루설에 대한 민주당과 FBI의 조사를 강력 비판하며 FBI의 근본적 개혁을 외친 인물로,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서도 강성 지지자로 꼽힌다. 이에 트럼프는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파텔을 고위직에 등용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파텔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 기득권 관료 집단)' 해체를 강력 주장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는 트럼프의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를 "사기"라고 비판하며 "딥 스테이트는 신뢰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개인적 목표를 위해 정부를 무기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는 FBI가 정보 수집 임무를 내려놓고 범인 체포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FBI의 역할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FBI 국장은 상원 인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FBI 국장은 트럼프 본인이 1기 당시인 2017년에 임명한 크리스토퍼 레이로, FBI 국장은 임기가 10년이기 때문에 아직 3년가량 임기가 남아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파텔을 FBI 국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 FBI 국장을 해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은 현재 상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파텔이 기득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며 급진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준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초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이 성 추문 등으로 부적격 논란이 거세지자 자진 사퇴한 예도 있다.
아울러 FBI는 이날 파텔 지명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매일 FBI의 모든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위협들로부터 미국인들을 지키기 위해 계속 일하고 있다"며 "레이 국장은 계속해서 FBI의 사람들,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캐시 파텔은 상원이 가진 조언과 동의의 힘을 확인하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파텔은 상원법사위원회에서 자신이 적합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며, 과거 발언에도 불구하고 보복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 의제보다 국가 공공 안전을 우선시할 것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주프랑스 미국대사 직에 쿠슈너 임명 사실을 알리며 "그는 뛰어난 기업 지도자이자 자선가 및 협상 전문가로, 우리나라와 그 이익을 대변하는 강력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맏사위(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인 쿠슈너는 탈세, 불법 선거자금 제공, 거짓 증언 등의 혐의로 기소돼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이력이 있다. 이에 주프랑스 대사 역시 상원 인준이 필요한 만큼 쿠슈너의 범죄 이력 및 적격성 등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기 인선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 지은 트럼프는 요직에 자신의 충성파를 대거 배치한 가운데 지명자들의 적격성 논란 및 성 추문 등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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