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인구는 14억9000만명(2024)에 이르며, 15~34세 인구가 4억이 넘고 실업률은 11.2%(2024년)이나, 고용인력의 65%가 농업분야에 종사한다. 농업분야의 임금 수준은 낮고, 소작농이며, 계절적 고용이 주를 이룬다. 아프리카는 매년 약 1000~1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늘어나는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직업기술훈련을 실시하는 일이 시급하다.
2022년 1월 공식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는, 아프리카 역내 상품교역을 늘리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농산물 및 산업생산 제품생산을 늘리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특히 제조업 분야 투자가 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역내 교역을 늘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 인프라 구축과, 제조업의 생산 증가가 요구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나라가 1950년대 및 1960년대 농업 및 제조업에서 효율적인 기술인력 양성과 제조업 성장 및 산업화를 이룩한 경험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업교육훈련은 농업분야부터
우리나라의 초기 단계 직업교육훈련은 1953년 한국전쟁 이후 수많은 농업고등학교 설립에서 시작되었다. 전국적으로 시·군 단위 지역에 영농기술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수많은 영농기술자를 배출하게 되었다.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또한 보다 과학적인 농업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국립 및 사립대학교들은 농업대학을 설립하게 되었다.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할 당시 인구는 약 3000만명에 1차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드물었다. 노동인구의 약 50%가 농업에 종사했으며 임금 수준은 매우 낮았다. 1960년대 정부는 직업기술 교육을 늘리기 위해 전국 각 도시에 직업훈련학교, 공업고등학교 등을 설립하여 중학교 졸업생이 각 분야 기술을 익히는 기회를 늘려갔다. 직업훈련 분야는 제조업에 필요한 기계, 용접, 전기, 전자, 자동차, 화학, 가공, 목공, 배관 등 건설 및 경제활동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기술을 포함하게 되었다. 제조업의 투자는 한정된 국내 자본투자에서 벗어나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기업들의 투자유치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한국의 낮은 노동임금과 노동자의 고도로 숙련된 기능 및 기술력, 근면성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정책도 효과적이었다. 한국에 외국계 공장의 투자가 늘고 기능인력의 고용기회는 더욱 확대되었다.
아프리카의 직업훈련 환경
지금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나라 1960년의 경제 및 사회환경과 비교하면, 훨씬 양호한 환경에서 직업기술훈련과 산업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세계는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해 있었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술 격차는 극심했다. 후진국의 산업제품 생산은 협소했고, 외국인직접투자 활동도 제한적이었다. 수많은 후진국들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 활성화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구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정치적으로 안정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의 아프리카 경제 및 사회환경은 1960년대와 현저히 다르다. 여건이 허락되면, 외국기업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규모도 1960년대와 비교하면 상상이 안될 정도로 크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 농업 기술 인력의 확충으로 시작했던 기술훈련을, 1960년대 산업기술인력 양성을 견주어 본다면, 아프리카 국가에게 발전의 기회가 올 수 있다. 따라서 농업 및 산업생산과 직결될 수 있는 기술 교육훈련부터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적자원개발은 초등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문해율은 67%에 불과하다. 특히 농촌지역의 문해율은 낮으며, 초등교육의 중도 탈락률이 30% 이상이 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약 40% 이상 아직도 전력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전력 공급률은 낮다. 이는 교육의 양적 확대와 질적인 수준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되며,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지식을 익히는 데 지장이 많다. 초기 교육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보다 많은 과정을 포함하여, 기술과 관련된 인적자원개발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농업분야 교육훈련
아프리카의 식량안보를 고려하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농업분야 발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프리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정도에 불과하나, 전체 노동력의 60~65%가 종사하고 있다. 2023년 아프리카 농산물 시장 규모는 28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전체 곡물 수입량은 5400만톤에 이르렀다. 이집트의 곡물 수입량만 1200만톤에 달했다고 한다. 2030년 아프리카 농산물시장 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로 농업생산성을 늘려야 하는지 보여준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농업관련 기술교육훈련은 매우 한정적이다. 농업분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영농기술, 농산물 가공 기술, 유통 등에 대한 직업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숙련된 농장 관리자, 농업 기술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는 숙련된 농장 관리자 20만~25만명, 농업 기술자 약10만명, 농식품 가공 및 품질관련 기술자 15만~20만명, 냉장물류 및 유통업 관련 기술자 15만~20만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특히, 최근의 농업은 IT 기술을 이용한 정밀 농업, 또는 디지털 농업으로 새로운 직업기술교육이 필요하다. 농업 생산성이 증가하면, 현재 65%에 이르는 농업분야 노동자들은 줄어들게 되고, 농촌지역의 잉여 노동력은 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로 옮기게 될 것이다.
건설분야 직업기술훈련
아프리카 대륙의 도로, 철도, 전력, 수도 등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프리카 전체 인프라 투자에 전체 GDP의 7.1%(약 2500억 달러, IFC, 2023년)가 필요하나, 실질적으로는 연간 1300억 ~1700억 달러 투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시장 규모는 737억 달러에 달했으며, 전력분야 투자에만 7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와 같이 거대한 건설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공정관리, 건설 계획, 설계, 감리, 등 고등교육 수준의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능인력이 필요하다. 건설관련 기능인력은 건설기술 훈련기관을 통해 목공, 배관, 타일, 용접, 전기 및 배선, 콘크리트 및 아스팔트, 다양한 중장비 운전자 및 정비사 등 다양한 직종의 기능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가 인프라 건설을 외국건설기업에 의존한 이유는 자국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설기술인력 및 장비 때문으로 나타났다. 만약 아프리카 국가가 질적으로 우수한 건설관련 기능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경우 건설사업 및 인프라 건설을 자체의 인력으로 추진할 수 있어, 외화 절약 및 외화 가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욱이 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동 등 지역에 취업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제조업분야 직업기술훈련
아프리카는 매년 5000억~6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제조업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세계 자원 부존량의 30%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부분 원자재로 수출하고, 완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입대체 산업화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제조업과 관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 기업의 투자활동을 활성화해서 고용을 증대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젊은 층은 두터우나, 기술을 가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기술을 가진 인력도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데 어렵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종류는 다양하다. 산업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예를 들면 기계, 조립, 선반, 전기, 섬유, 화학, 식품 가공, 섬유, 봉제, 신발 등 다양하다. 이러한 분야의 기능인력은 공업고등학교 또는 직업훈련기관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현장 실습을 통해서, 특정 제조업에서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산관리, 품질관리, 공정관리, 에너지 관리 등 관리직의 기술적인 지식 확충도 필요하다. 여러 경우, 투자기업들은 필요한 기능인력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술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현장 적응 능력을 높이게 된다.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가치 사슬을 최적화하는 기술훈련도 필요하게 된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국가마다 경영 환경, 시장 접근성과 노동인력의 질적 우수성도 차이가 있다. 이를 고려한 기업의 투자와 노동인력의 전문성 및 기술력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 직업기술교육의 전략적 지원방향
우리나라의 직업기술훈련 경험은 아프리카 국가에게 롤 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의 직업기술 교육훈련과 관련한 ODA사업은 현지의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에 대한 환경 조사와 노동시장 현황 및 농업 및 산업의 노동조건 등 수요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지 산업과의 관련성, 실용성,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직업교육훈련 과정의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급변하는 과학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교육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IT기술은 농업, 제조업 및 서비스업 등 모든 경제활동에 다양하게 접목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의 직업기술능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한국-아프리카TVET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직업훈련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아프리카 국가의 직업기술 교육훈련 분야에 대한 조사 및 검토, 산업체의 수요조사 등을 통해 현지 실정에 맞는 직업훈련 과정을 마련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직업교육과 연관성 파악 등 중장기적으로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기술 능력을 함양하여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을 높이고 농업 발전과 산업화에 기여하도록,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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