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금융결제원을 통해 제공해오던 '국가간 송금' 서비스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중단된다. 핀테크를 통한 해외송금이 활발해지는 동안 국가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서비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탓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KB국민은행은 19일부터 금융결제원을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중단한다. 송금 가능한 하나·농협은행 등 나머지 8개 은행도 이달 중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은 2027년 말까지 3년 동안 서비스를 정비해 2028년 재개할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을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는 2015년 처음 시행됐다. 당시 베트남에 3000달러를 송금할 경우, 기존 은행의 송금 방식인 스위프트(Swift)나 해외 송금업체를 이용하면 4만6000~8만4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했지만 금융결제원 서비스는 3만~3만6000원으로 저렴했다. 해외송금에 1~3일이 걸리던 은행과 달리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국가기관에서 보장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신뢰성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금융결제원의 해외송금 서비스 경쟁력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인터넷은행이나 해외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를 이용하면 수수료 없이 당일 즉시 송금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의 최대 송금액이 5000달러, 이용 가능 국가는 베트남·태국 2곳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용객이 발길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에서는 전 세계 50개국 이상, 5000달러 이상의 해외송금도 가능하다"며 "여기에 모바일 앱을 통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송금자가 굳이 금융결제원을 통해 대면 거래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