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中 매출 '뚝'...트럼프 2기 앞두고 반도체 산업 앞날 걱정인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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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입력 2024-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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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中시장 매출 감소 전망

  • 中, 미국 수출규제 강화 대비 국산화 진행

  • 日정부, 반도체 AI분야 91조원 공적 지원 약속

  • 트럼프 시대 반도체 분야 미·일협력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對) 중국 정책 향방에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자국 반도체 시장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에 대비한 중국 현지 기업의 자생 노력이 일본 기업들에게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반도체 장비 대기업인 ‘고쿠사이 일렉트릭(KOKUSAI ELECTRIC)’은 중국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고쿠사이 일렉트릭의 가나이 후미유키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장비의 중국 수출은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2기를 경계했다. 가나이 사장은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중국 시장 매출이 30%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성막장치와 세정장치 등 다양한 품목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도쿄일렉트론도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의 규제에 대비해 한동안 장비 주문을 늘렸지만 현재는 장비 증설 단계에 접어들어 투자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와이 도시키 사장은 “중국 신흥 업체들의 수율 개선이 진행되면서 설비투자 속도를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도쿄일렉트론의 2026년 3월기 중국 매출 비중은 현재의 45%에서 3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이미 장비 국산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비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제조 장비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장비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247억 달러(약 34조7000억원)로 급증했다.

또한 일본반도체제조장비협회(SEAJ)에 따르면 세계 장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0%대에서 단숨에 40%대로 급상승했다. 2024년 2분기에는 46%를 차지하며 절반 가까이를 독식했다.

중국은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면서 이에 따른 성과도 거두고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SMIC는 회로선폭이 7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인 고성능 반도체 제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고, 2030년대에는 중국이 첨단 제조 장비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일본이 트럼프의 재귀환을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달 12일, 2030회계연도까지 반도체와 인공지능(AI)분야에 10조엔(약 91조원) 이상의 공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공적 자금 지원으로 세계 강대국과의 격차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언급한 약 4조엔(약 37조원) 규모의 자금과는 별도의 새로운 자금 조달 프레임워크로, 향후 발표할 경기 부양책에 구체화될 예정이다. 목표는 약 160조엔(약 1492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중국 매출 축소 등에 대비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은 AI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AI 시장의 급성장으로 첨단 반도체 공정 장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매출 감소를 상쇄하고,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 상황은 일본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좋지는 못하다. 지난달 말에는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도시바 직원 3000명이 조기퇴직을 신청하기도 했다. 도시바는 일본 반도체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기에 충격이 작지 않다.

이 밖에도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가 미국 IBM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고 있지만 트럼프 2기가 이러한 미·일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대립의 첨예화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도쿄일렉트론, 고쿠사이 일렉트릭 등의 주가는 2023년 말 대비 10~30% 하락한 수준으로, 14% 상승한 닛케이 평균 주가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닛케이는 “트럼프 차기 정권이 가져올 지정학적 리스크에 일본 반도체 산업도 휘둘리는 전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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