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시장법 개정 띄웠지만… '상법 개정' 요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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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장수영 기자
입력 2024-12-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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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안 이번주 국회 제출

  • 김병환 "지배구조 개선 효과 클 것"

  • 계열사간 합병가액 산정기준 폐지

  • 외부기관 평가 공시 의무화 등 담아

  • 업계 "상법 개정, 증시 저평가 해소"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 당국이 상법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섰다. 일반주주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유상증자 관련 문제로 상법 개정 요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브리핑을 통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법 개정보다 지배구조 개선에 실효적"이라며 "여당과 협의해 이번 주중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 개정안에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상장법인이 합병, 중요 영업·자산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분할·분할합병 시 그 목적, 기대효과, 합병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하게 한다. 의견서 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 행동 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상장 계열사간 합병가액 산정기준을 폐지한다. 기존 일률적인 산식을 벗어나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선택사항이었던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한다. 합병 등의 가액 결정 시 객관성·중립성을 제고하고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유망 사업부문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일반주주에게 제공한다.

이와 함께 거래소 관련 세칙을 개정해 물적분할 상장한 회사에 대한 거래소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 심사 기간' 제한(5년)을 없앤다. 기간 제한 없이 상장기업이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해 충분한 보호 노력을 이행하도록 유도한다.

김 위원장은 앞서 야당 중심으로 논의된 상법 개정 방향에 대해 "상법상 이사의 의무 대상으로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것은 실체적 의무로 불확실성이 높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에 절차적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준수하게 하는 것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실효적 주주 보호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유상증자에 나선 기업의 일반 주주들이 주가 하락과 지분 희석 등 주주가치 훼손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의 뚜렷한 해법이 없어 결국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의 핵심 쟁점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하고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과 지배구조 개선 중 어느 부분에 더 무게 중심을 맞추냐는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이 입법화되면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긍정적 영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5.49% 증가한 4조7089억원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의 유상증자 규모는 16.40% 줄어든 반면 코스닥 상장사의 증자는 80.32% 늘었다.

코스피 상장사는 2조8878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1조8211억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절반 이상이 운영자금 목적이었다. 운영자금 9522억원, 시설자금 4489억원, 채무상환자금 1974억원 등이다. 회사를 운영할 자금조차 부족한 데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코스닥 상장사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주식 수가 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유상증자는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29일 9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태성은 2일 장중 주가가 급락했다. 본업과 무관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증자 계획을 밝힌 이수페타시스는 투자심리 악화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현대차증권도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인데다 자금 일부를 채무상환에 사용하면서 주주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불만도 나온다. 고려아연도 시장 안팎의 반발에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주당 발행가액을 헐값에 책정해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사례도 있다. 테라사이언스는 거래 정지 전 주가인 654원의 5분의 1 수준인 139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는 최근 시세(주가)의 10% 이상 낮추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매매 거래가 정지된 테라사이언스는 이를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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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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