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경(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은 초국경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촉진, 국가 브랜드 구축,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1위의 전자상거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메이드 인 베트남’ 제품이 국제 시장에서 점점 더 널리 퍼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전자상거래 산업은 테무나 셰인과 같은 대형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위협을 비롯해 각종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제 파트너들과의 협력 기회를 활용하면 베트남 전자상거래 산업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경제국에 따르면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에 205억 달러(약 29조원)였던 것이 2025년에는 45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남아시아 내 1위의 성장세이다.
베트남 전자상거래의 빠른 발전은 베트남 제품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리우 리앙 중국 원난성전자상거래협회장은 용과, 커피콩, 도자기 등 베트남 제품들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고 전했다.
다만 베트남 전자상거래 산업이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려면 해외업체와의 경쟁, 국제 표준 충족, 디지털 역량 강화 등 여러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경제국의 응우옌티민후옌 부국장은 교육 및 비즈니스 연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지원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테무나 셰인과 같은 해외 대형업체들과의 경쟁이다. 베트남 전자상거래협회의 응우옌응옥중 회장은 "해외 대형업체들은 자본, 기술,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능력 면에서 큰 이점을 갖고 있어 베트남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테무와 셰인의 주요 전략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여 창고 및 운송 관리 프로세스를 최적화하여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베트남 기업은 현대 기술을 적용하고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데 있어 국제 플랫폼으로부터 경험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상품 품질 관리, 상품 원산지 투명성 확보, 초국경 플랫폼 상품에 대한 적절한 수입세 적용 등 보다 엄격한 관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한국은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베트남의 오랜 전략적 파트너이며, 전자상거래 역시 이러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잠재 분야다. 한국은 기술, 물류, 디지털 경제 개발 경험의 강점을 바탕으로 베트남 기업이 경쟁력을 향상하고 국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가운데 물류는 양국 협력의 핵심 분야다. 베트남 물류서비스산업협회의 응우옌쑤언타오 상임위원은 "스마트 창고 및 녹색 공급망과 같은 방안은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양국 간) 전자상거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우선 베트남 기업들이 제품 품질과 생산 과정에 대한 한국의 엄격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아마존 글로벌 셀링 베트남의 성기재 대표는 브랜딩과 국제 표준 준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은 베트남이 디지털 기술, 공급망 관리,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고품질 인적자원을 개발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나 LG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 법인과 베트남 대학 간 교육 협력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 근로자들이 국제 표준에 접근하고, 세계 시장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능력을 높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베트남자유무역협정(VKFTA), 한-아세안자유무역협정(AKFTA)과 같은 자유 무역 협정을 활용하면 베트남 기업이 무역 장벽을 극복하고 한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국제 시장에 더 깊이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 초국경 전자상거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물류 생태계 구축 △법적 틀 개선 △인적 자원 교육 △기술 투자라는 네 가지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 물류가 결정적인 요소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경제국은 재고 관리와 배송을 최적화하려면 스마트 창고 시스템과 AI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명한 법적 틀 마련 또한 시급한 과제다. 조세 규제, 소비자 권리 보호, 상품 원산지 관리 등을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인적 자원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현재 베트남 전자상거래 근로자의 30%만이 디지털 기술 요구 사항을 충족한다. 아마존 글로벌 셀링 베트남의 북부 지역 담당 이사인 찐칵또안은 2030년까지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춰 교육 기관의 70%에서 전자상거래 교육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 외에 AI,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과 같은 첨단 기술은 기업이 운영을 최적화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데 중요 요소이다.
초국경 전자상거래는 베트남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품질 개선, 기술 개선 및 브랜드 구축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정부와 기업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베트남 전자상거래협회의 부이쭝끼엔 부회장은 특히 "한국과 같은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은 베트남이 잠재력을 개발하고 세계 무역 지도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제기구 간 합의가 이루어져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생태계가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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