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대(對)중국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HBM 공급업체는 물론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까지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설상가상 새 정부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중국 견제에 강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K-반도체'를 둘러싼 불확실성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HBM 물량 대부분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 향한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조치로 당장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HBM 물량 일부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데다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미국의 대중 HBM 관련 규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성장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커졌다. AI 강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AI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잠재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2020년 1500억 위안(약 25조7890억원)에서 2025년 4500억 위안(약 77조36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규제 조치에 따른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에 대비해 물량 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놓으면서 팹 투자가 최근 급증했다가 3년 후 감소될 전망이었지만, 이 시기가 조금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HBM 성장세에 탑승했던 소부장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깊어질 전망이다. TC본더를 공급하는 업체가 대표적이다. TC본더는 열을 이용해 반도체 칩을 위아래로 붙이는 정밀 장비로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대표 기업으로는 한미반도체, 세메스, 한화정밀기계 등이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세메스는 모회사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HBM 열풍을 타고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4093억원, 영업이익 18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3.3%, 1035.6% 늘어난 수치다.
HBM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소재·부품업체들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LG화학과 HBM 발열을 최소화하면서 기존보다 얇은 비전도성접착필름(NCF)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CF는 D램을 여러 단 쌓는 HBM에 사용되는 소재다. 소재부문 강자인 일본 업체들의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이원화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피엠티도 삼성전자에 HBM용 프로브카드 공급을 앞둔 상태다. 이들은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미국은 또 중국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시행 예정일은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다. 국내 장비업체들의 제품 요건은 미국 통제 요건 대비 낮아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지속되는 미국 규제에 중국도 관련 장비 국산화율을 빠르게 높여가면서 주성엔지니어링, 피에스케이, 테스 등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물량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86.4%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발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바이든의 최대 실수는 (반도체 규제로) 중국이 무너질 거라고 착각한 것"이라며 "중국에게 연습의 기회를 주면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국 장비를 사주면서 한국 장비기업들은 시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HBM 물량 대부분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 향한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조치로 당장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HBM 물량 일부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데다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미국의 대중 HBM 관련 규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성장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커졌다. AI 강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AI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잠재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2020년 1500억 위안(약 25조7890억원)에서 2025년 4500억 위안(약 77조36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HBM 성장세에 탑승했던 소부장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깊어질 전망이다. TC본더를 공급하는 업체가 대표적이다. TC본더는 열을 이용해 반도체 칩을 위아래로 붙이는 정밀 장비로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대표 기업으로는 한미반도체, 세메스, 한화정밀기계 등이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세메스는 모회사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HBM 열풍을 타고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4093억원, 영업이익 18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3.3%, 1035.6% 늘어난 수치다.
HBM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소재·부품업체들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LG화학과 HBM 발열을 최소화하면서 기존보다 얇은 비전도성접착필름(NCF)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NCF는 D램을 여러 단 쌓는 HBM에 사용되는 소재다. 소재부문 강자인 일본 업체들의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이원화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피엠티도 삼성전자에 HBM용 프로브카드 공급을 앞둔 상태다. 이들은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미국은 또 중국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시행 예정일은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다. 국내 장비업체들의 제품 요건은 미국 통제 요건 대비 낮아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지속되는 미국 규제에 중국도 관련 장비 국산화율을 빠르게 높여가면서 주성엔지니어링, 피에스케이, 테스 등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물량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86.4%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발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바이든의 최대 실수는 (반도체 규제로) 중국이 무너질 거라고 착각한 것"이라며 "중국에게 연습의 기회를 주면서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국 장비를 사주면서 한국 장비기업들은 시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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