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선포한 비상계엄이 주식시장 개장 전 해제됐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막지 못했다. 채권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경제·금융당국은 10조원에 달하는 증권시장안정화펀드를 동원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섰지만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개장 초 금융당국의 10조원 규모 증안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 대응 구두개입으로 낙폭이 줄었지만 곧 다시 늘었다. 외국인들이 4082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며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경계감에 해외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종가 기준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2016조9345억원으로 하루 새 29조3265억원 증발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3.21포인트(1.91%) 내린 677.59로 출발해 하락 폭을 확대했다. 코스닥 상장기업 시총도 전날보다 6조4866억원 줄어든 337조7687억원에 그쳤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기·수요 환경,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에 계엄령 선포·해제 사태 관련 한국 내부 정치 불확실성이 가세했다"며 "코스피 2400선 하방 지지력은 유효하나 정치변수 의존적 주가 등락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채권시장 기준점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4.1bp(1bp=0.01%포인트) 오른 2.626%를 기록하며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2년물은 3.5bp 오른 2.684%를 기록했다. 10년물은 5.2bp 오른 2.765%로 장을 마쳤다.
앞서 미국채 금리 하락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연 저점을 경신하며 나타난 채권시장 강세 국면이 끝난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장보다 7.2원 오른 1410.1원을 기록했다. 계엄령 후폭풍으로 15.2원 급등한 1418.1원에 개장한 후 줄곧 141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간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외환시장은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1420원 중반), 국회 폐쇄(1440원 중반), 국회 해제요구안 가결(1410원 후반), 윤석열 대통령 무응답(1430원), 국회 요구 수용과 비상계엄 해제(1410원 후반) 순으로 움직였다.
이날 금감원은 계엄 선포 직후 해외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이 일부 보였으나 KB국민은행 뉴욕지점에선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 1억 달러를 가격 변동 없이 발행하는 등 이후 해외 지점 한국물 발행이 원활히 소화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령 해제 이후 변동 폭을 줄이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 매도세가 본격화하면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거시경제 금융현안간담회(F4)를 열고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 등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임시 회의를 열어 이날부터 비(非)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돌입했다.
한은은 필요시 전액 공급 방식으로 RP 매입을 실시하고 채권시장과 관련해 국고채 단순 매입, 통안증권 환매도 충분한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한 대출이 필요할 때는 금통위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외화유동성 공급은 물론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 순이체한도 확대와 담보 설정도 필요하다면 즉각 가동할 계획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금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불안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추가 조치를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며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한은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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