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을 앞뒀던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시가총액이 때 아닌 비상계엄 여파로 이틀 만에 12조원 넘게 빠졌다. 주식시장 리스크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가 대거 이탈한 탓이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4대 금융의 피해가 컸다. 올해 꾸준히 추진해온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시총 합계는 이날 87조9042억원에 마감하며 이틀 새 12조457억원 급감했다. 전일 대비해서는 6조2801억원 줄어든 것이다. 지난 3일 99조9499억원이었던 시총은 4일까지 하루 만에 94조1843억원으로 5조7656억원 빠져나갔는데 이틀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KB금융은 전일 대비 3조7779억원 줄어 이날 시총 33조7647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금융은 26조5316억원에서 25조716억원으로 줄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전일 대비 각각 5744억원, 4678억원 감소 폭을 나타냈다.
4대 금융지주 시총이 빠르게 줄고 있는 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여파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비상계엄 발표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빼간 결과다. 실제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의 전체 시총은 비상계엄령을 전후로 하루 새 29조원 넘는 자금이 줄었다.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여파로 인해 향후 4대 금융지주 밸류업이 쉽지 않아졌다는 데 있다. 당장에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탄핵 등 정치 변동성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계획을 추진해 온 4대 금융지주의 밸류업 효과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앞서 4대 금융은 순차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가장 먼저 지난 7월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신한금융이 밸류업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지난 10월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담은 내용을 올해 3분기 경영 실적과 함께 공개했다.
특히 4대 금융은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높다는 점에서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상계엄 전인 지난 3일 종가 기준 4대 금융의 평균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63%에 달한다. 그 가운데 KB금융은 78.04%로 가장 높다. 그 외 금융지주도 △하나 68.17% △신한 60.98% △우리 46.11%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이어지며 지분율은 소폭 떨어졌다.
또한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들어서며 내년 은행권 영업 환경이 긍정적이지 않은 점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떨어진다. 또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원화가치 절하) 있어 외화자산 평가액 감소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도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에 대한 투자 선호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기대감에 연초보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대외 리스크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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