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공들였던 '벨류업' 좌초할라…증권사 불러 '비상 대응' 주문한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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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4-12-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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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1년 내내 공들였던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이 짤막했던 계엄령 사태에 좌초될 위기에 놓이며 금융당국이 수습에 나섰다. 전 증권사 최고경영진(CEO)에 종합적인 상황별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직접 주문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5일 국내 36개 증권사 CEO와 긴급현안 간담회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유동성·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만일의 상황에 긴밀히 대응해달라”며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상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한 내부통제를 CEO가 직접 챙겨달라"고도 주문했다.
 
금감원의 ‘종합 컨틴전시 플랜’ 주문 배경에는 1년 가까이 강조하던 밸류업 정책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며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순유입을 유도했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는 2800선까지 올라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해외 투자 순방(IR)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에는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며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상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고, 최근에는 대신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국장 탈출 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썼다.
 
계엄령이 있기 전날 외국인은 모처럼 16거래일 만에 순유입을 하며 코스피는 1%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계엄령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30대까지 폭등하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옵션 지수도 5% 이상의 낙폭을 보였다.
 
그래픽허하영 기자
그래픽=허하영 기자


계엄 사태가 155분 만에 끝나며 거래소 정상 운영을 결정했지만 외국인들은 이틀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며 우리 증시에 대한 불신을 이어가고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리스크로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6개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며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증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시에서 가장 치명적인 점이 ‘불확실성’이다”라면서 “오랜만에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이 돼 증시 회복을 기대했는데,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번 계엄령 사태에 따른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금융당국의 밸류업 추진에 중장기적으로 큰 걸림돌은 아니라는 것이 금투업계의 중론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는 펀더멘털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만간 진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현재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수준이 바닥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탈할 외국인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보일 수 있지만 금방 진정세로 돌아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려와 달리 2400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에 금융위도 10조원 규모의 증안 펀드를 즉각 가동하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F4(기재부·한은·금융위·금감원)는 3번째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본격화 하기로 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냉정한 대응을 당부하고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경제·금융상황 점검 전담팀(TF)을 신설·가동하기로 했다.

금융·외환시장은 장 초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된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의 시장안정조치 발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금융당국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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