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 고문에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국장을 내정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1기 대중(對中) 무역전쟁의 설계자이자 관세 옹호자로 트럼프 2기 무역 정책을 주도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나의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피터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불공정한 무역 협정이라고 지칭하며 “그는 이런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모든 관세 및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고 했다. 실제 나바로는 2016년 대선 당시부터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주장하는 등 무역 협정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꼽히는 나바로는 트럼프 1기 당시 고율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 정책을 제시하며 미중 무역 전쟁을 촉발한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그가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트럼프가 대선 승리 후 한 달이 되는 시점에 대중국 매파 인사를 추가 지명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또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親) 가상화폐 인사인 폴 앳킨스 전 SEC 위원, 법무부 반독점국 차관보에 빅테크 규제 강화론자인 게일 슬레이터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경제고문, 중소기업청(SBA) 청장에 켈리 레플러 전 연방 상원의원, 국세청장에 빌리 롱 전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트럼프가 속도감 있게 집권 2기 준비를 이어가면서 11·5 대선 승리 이후 한 달 만에 내각 인선 작업은 벌써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상태다. 다만 인사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짚었다. '충성파' 위주로 인선 속도전을 펼치다 보니 비위 의혹이나 자질 부족 등 논란이 되는 인사가 많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법률고문 후보를 윌리엄 맥긴리 전 백악관 내각 비서관에서 데이비드 워링턴 대선캠프 법률고문으로 돌연 교체하기도 했다. 성 비위 논란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의 추가 낙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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