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6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후 첫 해외 일정으로 프랑스를 방문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향후 트럼프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는 프랑스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2019년 화재가 발생한 노트르담 사원 재개관식 참석차 프랑스를 찾았다. 이는 지난달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트럼프의 첫 해외 일정이다.
트럼프는 재개관식 전 마크롱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엘리제궁을 찾은 가운데 "확실히 지금 세계가 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며 "우리는 그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을 비롯해 현재 불안정한 세계 정세를 이같이 평가한 모습이다.
약 30분간 진행된 이날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3국 정상은 조속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대선 후 처음으로 트럼프와 만난 젤렌스키는 이날 회담 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3자 회담을 가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그렇듯 확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이 전쟁을 가능한 한 빠르고, 공정한 방식으로 끝내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역시 엑스를 통해 "미국, 우크라이나, 프랑스가 이 역사적인 날 함께 모였다"며 "평화와 안보를 위한 우리의 공동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내달 취임하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감축 혹은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평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 분쟁 지역에 과도한 지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 온 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미국이 연루된 전 세계 분쟁을 조속히 끝내기 원한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한 서방 관계자는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만남이 "실제로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고, 우크라이나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다가올 협상의 전주곡 중 첫 장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한편 트럼프가 3자 정상회담을 가진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 패키지 제공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총 9억8800만 달러(약 14조1000억원) 규모의 이번 지원 패키지에는 드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 탄약과 탱크 및 장갑차 등에 대한 부품들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액은 총 620억 달러(전달 예정 물량 포함)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바이든 행정부는 내달 취임 예정인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취소 혹은 대폭 감축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임기 막판 지원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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