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이 지난 7일 국회에서 무산됐다. 이유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분명 헌법기관인데, 그럼에도 이렇듯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했다는 것은, 민주적 정당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국민의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일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분명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다수의 의견이다. 일단 비상계엄의 상황적 성립 요건도 갖추지 못했거니와,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다. 경고를 위해 국민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경제를 혼란에 빠뜨려도 된다는 것인지, 만일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과연 이들이 지금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란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국회에 헬기를 타고 특전사 병사들이 투입되고, 국회 본청 창문을 깨고 군인들이 난입하는 모습, 그리고 선관위에 군 병력이 투입되는 모습을 국민들이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에,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내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특전 사령관, 국정원 고위 간부로부터 각종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김용현 전 장관까지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이 이를 내란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금요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2월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6%를 기록했는데,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인 4~5일 양일간 조사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13%에 불과했다. 각종 의혹과 증언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 6일부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주에 나올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윤 대통령이 버티더라도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8일,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는 회동을 갖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 한 총리와 한 대표는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며,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손을 떼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당 대표와 총리가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의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어떤 제도적 보장 장치도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대통령은 여전히 최종 결정권자로 남을 수밖에 없고,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이들의 권한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것이 현재 상황의 수습책이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계속 버티고 싶어할 것이다. 대통령의 신분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혼자 이득을 보기 위해 여당이 망가지고 국가가 어려움을 겪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이 버티게 되면, 대한민국은 정말 세계 초유의 국가가 될 판이다. 대통령은 검찰이 됐든, 공수처가 됐든 아니면 국가수사본부가 됐든, 내란죄 관련 수사를 받을 것이고, 제1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각종 혐의에 대한 재판에 나가야 한다. 제3당 대표는, 12월 12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감옥에 가야 할지 모른다. OECD는 고사하고 전 세계에서 이런 국가는 없을 것 같다. 가뜩이나 계엄령 선포로 인해, 외교가 망가지고, 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국가라는 이미지를 주게 생겼으니, 정말 암담하다.
만일 대통령이, 시간이 지나면 여론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최악의 오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돌이켜보면, 최소 한두 달간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 열릴 것이며, 그 규모는 점점 커질 수 있고, 그사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될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13%에 불과했다(한국갤럽 기준). 여기서 현재 국민의힘이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번에 또 탄핵당하면 20년 동안 집권이 어렵다는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조했으니까, 그나마 5년 후에 다시금 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 사고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해석’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지만, 현재 윤 대통령이 받고 있는 탄핵 사유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처럼 모든 국민들이 생생히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면, 국민의힘은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용기를 갖고 국민의 상식선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점을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는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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