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53년간 세습 독재를 해 온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마침내 붕괴했다. 하지만 시리아의 권력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동 내 또다른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반군을 지원하는 미국과 튀르키예와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이란 간의 대리전으로 진행됐다. 이 와중에 이란이 손을 떼기 시작하자 아사드 정권은 급격히 쇠락하며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의 빠른 붕괴로 시리아에 갑작스러운 권력 공백 상태가 발생한 가운데 새로운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반군 내에서도 자치를 주장하는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이 있었고, 이외에도 각 지역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각종 무장 단체와 소수 민족들이 혼재된 채 호시탐탐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소재 국제 분쟁 전문 비영리기구인 국제위기그룹의 라힙 히겔 선임 연구원은 현 시리아 상황이 2003년 미군이 사담 후세인의 독재를 종식한 직후 이라크와 같다며, 당시 이라크는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희망이 빠르게 사라진 대신 사회 불안이 계속되며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8일(현지시간) 아사드 정권 붕괴에 대해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지금은 상당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순간"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내전 승리를 이끈 반군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알 졸라니(42)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 출신인 것 또한 우려 요인이다. 2003년 알카에다에 합류한 졸라니는 2011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참여했고, 2016년에는 알카에다와의 연줄을 공식적으로 끊고 온건주의 노선을 걷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상태이다. 아울러 그는 아직 향후 국정 운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에 NYT는 "(새로 들어설) 시리아 정부가 현지 주둔 미군에 어떤 접근법을 취할지 모르지만, 미국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세력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통해 시리아를 안정시키려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 지상군은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 국경을 넘어 영토 일부를 점령했고, 이스라엘 공군은 주말간 시리아의 화학무기와 스커드 미사일 등 일부 군사 자산들에 대해 폭격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군사 자산들이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가 이스라엘의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아울러 미군 중부사령부 역시 IS의 테러 역량 약화를 위해 이날 시리아 중부에 있는 IS 기지에 대해 수십차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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