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 자위대에 근무하며 정보전에 정통한 전 간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에 빠진 듯 하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9일, 마쓰무라 고로 전 통합막료 부장(한국의 합동참모본부 차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에코챔버 현상이란 반대 의견과 접촉하는 일이 줄면서 자신만의 정보에 갇힌 상태를 뜻한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이나 정보, 주장만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확증 편향’과 같은 사고방식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
마쓰무라 전 부장은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 기자회견과 7일 담화를 비교하면서 “3일 윤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며 ‘보통 상황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 반면 7일 담화는 “비교적 논리적이고 냉정한 사고를 되찾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에코 챔버 현상은 스마트폰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뉴스만을 보게 되면서 발생한다”며 “일반인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지만, 정치지도자, 특히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이 이같은 상태가 된 배경으로는 “(야당의) 예산안 부결, 장관과 정부 고위직에 대한 탄핵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가까운 측근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서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쓰무라 전 부장은 “한국의 정부·여당 내부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을 텐데,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만 듣게 된 것”이라며 “비상계엄에 관해서도 정부에서 토론조차 없이 반대의견을 밀어부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평소 극우 유튜브를 즐겨 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일부 보수단체와 극우 유튜버들은 총선 개표 조작 의혹을 꾸준하게 주장해오기도 했다.
실제 계엄군은 3일 밤 10시 3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계엄군을 최초 투입했다. 계엄군이 느닷없이 선관위에 들이닥친 배경에는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대통령 뜻이 담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향후 수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스템과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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